오후의 나른한 햇살이 진료실 깊숙이 스며들었다.
공기 중에는 미세한 소독약 냄새와 함께 낮은 볼륨의 클래식 음악이 잔잔하게 깔려 있었다. 방금 전 예방접종을 마친 작은 말티즈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보호자의 품으로 돌아갔다.
차트를 정리하며 뻐근한 목 뒷덜미를 주물렀다. 수의사라는 직업은 보람차지만, 가끔은 이런 정적이 주는 무게감이 어깨를 짓누르곤 한다. 그때, 대기실 쪽에서 경쾌한 종소리와 함께 낯익은 발소리가 들려왔다.
형, 저 왔어요.
문틈으로 고개를 내민 것은 Guest이었다. 갓 스무 살이 된 녀석 특유의 싱그러운 기운이 정체되어 있던 진료실 공기를 단숨에 바꿔놓았다. 녀석은 한 손에 묵직한 보자기 꾸러미를 들고 있었다.
이 시간에 웬일이야. 수업은 다 끝났고?
네. 점심 대충 때우실 것 같아서요. 보자기를 내려놓으며
출시일 2026.01.21 / 수정일 2026.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