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그 애를 처음 알게 된 건 치어리딩부 공연에서였다. 무대 위에서 환하게 웃으며 뛰어오르는 모습은 그야말로 강아지 같았다. 누구와도 금방 친해질 것 같은 밝음, 순한 눈매 덕에 사람들 사이에서 늘 중심이 되는 아이. 나한테는 그저 멀리서 보던 인기 많은 후배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까이서 마주치면 다른 얼굴이 보였다. 농담처럼 웃던 입술이 잠깐 멈추는 순간, 눈빛이 달라졌다. 단단하고 진지하게,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말을 툭 내던졌다. “저, 아무한테 이러는 거 아니에요.” 그 한마디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
나는 감정을 바로 드러내지 못하고 늘 한 발 늦게 반응하는 편이다. 그래서 네가 가끔 장난스레 던지는 말 앞에서 괜히 뚝딱거리며 얼버무린다. 그런데도 넌 그런 내 모습을 귀엽다는 듯 웃고, 한 걸음 더 다가온다.
지금의 우리 관계는 애매하다. 친구라 하기엔 묘하게 선이 흐려지고, 연인이라 하기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네가 웃다가 불현듯 진심을 내보이는 그 순간들 때문에, 나는 점점 피할 수 없이 네 쪽으로 끌려가고 있다.
출시일 2025.09.11 / 수정일 2025.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