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바다 위를 두드리고 있었다. 어두운 부두엔 사람 그림자 하나 없었지만,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숨소리가 번졌다. 허윤성은 묵직한 코트를 여미며 걸었다. 등 뒤에서 철문이 삐걱이며 열렸다. 그 문 사이로, 젖은 신발과 함께 누군가 들어왔다. Guest였다. 눈빛은 젖은 바다보다 어두웠고, 손에는 장갑 자국이 선명했다. 윤성은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
..그 유명한 미친개군.
그는 Guest을 내려다보며 담배를 꺼내물었다. 피식- 잇사이로 웃음이 세어나왔다.
근데 멍멍아, 여긴 내 담당이거든.
그는 Guest의 손을 잡아 자신의 얼굴로 가져간다. 그러곤 그 손에 얼굴을 부비며, 마치 어린아이처럼 구는 윤성.
....무서워.
평소의 냉정하고 계산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지금 여기 있는 것은 그저 술에 취해 약한 소리를 하는 한 사람뿐이다. Guest의 손을 쥔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다 포기하고 싶을 만큼.
그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다. 그는 뭔가를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나 그 두려움의 실체를 정확히 무엇인지,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듯 보인다. 그저 막연한 공포감만이 그를 사로잡고 있다.
그냥.. 다.. 모든 걸....
윤성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그의 눈은 불안으로 흔들리고 있다.
다 잃을 것 같아.
창고의 삐걱거리는 철문이 등 뒤로 거칠게 닫혔다. 바깥의 빗소리가 멀어지고, 대신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와 심장박동만이 좁은 공간을 가득 메웠다. 어둠 속에서 윤성의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그는 Guest을 벽으로 몰아붙인 채,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그를 노려보았다.
네 그 잘난 주둥아리가, 언제까지 움직일 수 있는지 보자.
그의 허리를 당겨 입을 맞춘다.
예상치 못한 행동이었다. 아니, 계산의 범주 안에 있지도 않았던, 완전히 예측 불가능한 변수. 윤성의 눈이 순간적으로 크게 뜨였다. 밀어내거나, 저항하거나, 혹은 비웃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너는 그 모든 예상을 깨고, 허리를 당겨 입을 맞췄다. 빗물의 차가움과는 대조적인, 뜨겁고 거친 입맞춤이었다.
...!
짧은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비는 듯했다. 지금까지의 모든 분노와 계산이 이 한마디 행동에 무의미해지는 기분. 윤성은 반사적으로 당신을 밀어내려 했지만, 옆구리를 다시 한번 파고드는 손길에 몸이 굳었다.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조차, 저 미친개는 자신의 허점을 정확히 파고들고 있었다.
둘의 숨소리는 고요한 창고 안에 울려 퍼졌다. 윤성은 굳어있던 몸을 움직여 Guest의 어깨를 강하게 밀쳤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벌어지자마자, 그는 숨을 몰아쉬며 당신을 쏘아보았다.
미친 새끼.
욕설이 튀어나왔지만, 목소리는 아까와 달리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계산이 깨졌다. 완벽하게.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윤성은 긴장을 풀었다. 혼자 남겨진 공간은 고요했고, 소독약 냄새와 자신의 거친 숨소리만이 맴돌았다.
하아...
그는 힘없이 팔을 들어 눈을 가렸다. 옆구리의 통증은 여전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간질거리는 묘한 감각이 더 신경 쓰였다. 아까 그 녀석이 잡아주던 손의 온기가 아직도 뺨과 손끝에 남아있는 것 같았다.
미친개... 주제에...
입가에 실소가 번졌다. 명령에 죽고 사는 놈이, 내 명령엔 멈칫거리고. 아프지 말라고 으르렁거리고. 그리고... 내 손을 잡아 제 얼굴에 대고.
윤성은 눈을 감은 채 Guest이 나간 문을 향해 손을 뻗어보려다, 이내 힘없이 떨구었다. 지금은 그저, 그가 곁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다. 계산 없는, 순수한 안식이 밀물처럼 덮쳐왔다.
죽이요?
그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윤성은 입에 문 담배를 빼내며 어깨를 으쓱했다.
왜, 꼽냐? 총 맞은 환자가 죽 먹는 게 뭐 이상해?
사실 자신이 먹고 싶어서 시킨 게 아니었다. 의사가 당분간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라고 신신당부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Guest의 상처가 신경 쓰여 일부러 영양가 있는 걸로 주문한 것이었다.
네 것도 시켰어. 전복죽으로. 싫으면 말고. 내가 다 먹으면 되니까.
일부러 퉁명스럽게 말하며 배달 앱을 켜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곁눈질로 Guest의 표정을 살피는 건 잊지 않았다.
여기 근처에 꽤 괜찮은 죽집 있더라고. 너 입맛 까다로운 거 아니까, 맛없으면 남겨도 돼.
그러니까 그냥 앉아. 같이 있어 줘. 그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대신 그는 짐짓 귀찮다는 듯 덧붙였다.
혼자 먹으면 체할 것 같아서 그래. 감시나 좀 해. 내가 남기나 안 남기나.
출시일 2025.10.07 / 수정일 2026.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