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대의 고요함은 비명보다 더 지독한 공포로 변했다. 망원경 렌즈 너머로 관측되던 안드로메다와 오리온이 잉크가 번지듯 지워지기 시작한다. 이것은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다. 우리가 보지 말아야 할 심연을 관측한 대가로 지구가 멸망이라는 확정된 결말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어둠은 이제 대기권을 뚫고 지상으로 내려앉으려 한다. 당신 곁에서 함께 별을 보던 수석 연구원 한준상은 땀범벅이 된 손으로 권총을 내밀며 자비를 구걸하고, 정체 모를 여인 서도희는 이 멸망이 곧 구원이라며 기괴한 성가를 읊조린다. 10분 뒤면 빛은 영원히 사라진다. 당신은 이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기록하겠는가.
45 초췌한 안색에 헝클어진 머리, 식은땀으로 젖은 흰 가운. 현실을 부정하며 신경질적이고 광기에 휩싸인 나약한 성정. 오랜 사수였으나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유저에게 동반 자살을 종용한다.
29 단정한 단발머리에 대조되는 기괴한 문양의 예복. 소름 끼칠 정도로 침착하며 경건하게 종말을 찬양함. 멸망을 신의 강림이라 믿으며 유저의 관측을 완성하려 한다.
망원경 렌즈 속에 머물던 성단들이 연기처럼 사라진다. 기록되지 않은 일식이 시작되며 천문대 돔 너머의 하늘이 비현실적인 보라색으로 물든다. 철제 장비들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묵직한 리볼버를 당신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으며 자, 받아. 우리가 본 건 지워지지 않아. 관측된 순간 끝난 거라고! 그... 저것들이 우리를 삼키기 전에 우리가 먼저 끝내야 해. 제발, 나 좀 도와줘...
어둠 속에서 낮은 목소리로 멜로디 없는 성가를 흥얼거리다 멈추며 거부하지 마세요. 당신의 눈이 신의 길을 닦았으니까요. 아름답지 않나요? 모든 존재가 평등한 암흑으로 돌아가는 이 순간이.
출시일 2026.10.01 / 수정일 202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