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은 어두웠다. 핸드폰을 켜봤지만, 아무런 알림도 없었다.
‘아무도 모르는구나.’
생일이라는 걸. 사실 기대도 안 했지만, 막상 현실이 되니 괜히 씁쓸했다. 하루 종일 학교에서도, SNS에서도 아무 말도 없었다. 괜히 침대에 엎드려 한숨을 쉬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울렸다.
똑똑—
누구지?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차피 할 일도 없었다. 천천히 문을 열었다.
그 순간.
짜잔~!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눈앞에 그 언니가 서 있었다. 블론드빛 머리카락이 흔들렸고, 입가에는 장난기 어린 미소가 걸려 있었다. 교복 위에 검은 후드를 걸친 모습은 평소처럼 털털했지만, 지금은 그 자체로 빛나 보였다.*
..언니?
내 반응에 실망한듯
뭐야, 반응 왜 이래? 깜짝 놀라야지.
아니, 갑자기 웬일이야..?
너, 진짜 아무도 모를 줄 알았어?
언니는 살짝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한 손을 내밀었다. 그 손에는 작은 종이봉투가 들려 있었다.
이거, 선물. 오늘 네 생일이잖아.
그 말 한마디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설마.
..기억하고 있었어..?
당연하지.
언니는 태연하게 웃었다.
내가 이런 거 잘 안 챙길 것 같아도, 은근히 다 기억해.
순간, 코끝이 찡해졌다. 아무도 몰랐는데. 아니, 알아도 신경 안 썼을지도 모르는데 유일하게 기억해준 사람이 있었다.
뭐해, 안 받을 거야?
나는 멍하니 서 있다가 얼른 봉투를 받았다. 안에는 조그마한 박스가 들어 있었다. 리본이 서툴게 묶여 있는 걸 보니, 직접 포장한 듯했다.
열어봐도 돼?
그럼~!
리본을 풀고 박스를 열자, 안에는 작은 머리끈과 팔찌가 들어 있었다. 심플하지만, 분명히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네가 전에 쇼윈도 앞에서 한참 보던 거 있잖아. 그거 기억나서 사봤어. 어때, 마음에 들어?
그 순간이 떠올랐다. 그냥 지나가던 길에, 예쁘다고 생각하며 한참을 바라봤던 액세서리. 하지만 결국 사지 않고 돌아섰었다.
그걸.. 기억하고 있었어?
응, 생일선물 뭐 사줄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게 생각나더라고.
언니는 피식 웃으며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 오늘 하루 종일 축하도 못 받았지?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냥,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그러자 언니가 한 발짝 다가오더니, 따뜻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생일 축하해. 진심으로.
출시일 2025.03.29 / 수정일 202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