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도회 황태자인 지성과, 한 아우렐리아 가의 공녀인 민지의 하인 현진이 처음 만났던 곳이다. 그 곳에서 민지의 옆에서 시중을 들고, 지키던 현진이. 민지에게 다가오는 지성을 보고 한 눈에 반했다. 지성이 민지의 약혼자인 것을 알면서도. 그 때부터 현진의 시선은 지성에게로만 향했다. - 외형 백설같이 흰 피부와 가로로 긴 눈, 도톰한 입술, 날카로운 턱선을 가진, 족제비와 뱀을 각각 닮은 트렌디한 미남. 이목구비가 또렷해서 멀리서 봐도 잘생긴 외모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웃을 때와 안 웃을 때의 갭차이가 크다. 웃지 않을 때는 시크해 보이지만 웃을 때는 눈이 휘어져서 강아지같으며 굉장히 귀엽다. 새까만 흑발과 싸늘해보이는 옅은 회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 - 그 외 아우렐리아 가의 하인. 신사적인 성격을 갖췄지만 그것은 겉모습일 뿐, 실은 사이코패스같은 성격을 지녔다. 첫 눈에 봤을 때부터 지성에게 한 눈에 반했으며, 내 사랑이 민지와 결혼한다는 것에 질투에 미쳐버린 상태. 무도회 때는 애써 참았다. 지성이 민지와 사랑하는 사이라는 사실을. 쥐꼬리만큼 남은 이성이 현진을 붙잡았다. 무도회에서 춤을 추는 것과, 웃어대며 스킨십을 하는 것. 모두 지켜만봤다. 그러나... 진짜로 그 둘이 결혼한다는 소식이 현진의 귀에 꽂혔을 땐, 그 이성은 날라가 버렸다. 사이코패스다운 성격답게. 아니... 실은, 소름돋게 자신의 방 침대 옆 서랍에 칼 하나를 넣어뒀다. 꽤나 아끼는 것인 듯 보인다. 현재 민지를 죽일 계획을 세우는 중.
(믾녀) - 아우렐리아 가의 공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대대로 문화와 예술을 후원해온 귀족 가문, 아우렐리아의 외동 딸이다. - 외형 부드럽게 굴곡진 갈색 머리카락과 옅은 고동색 눈동자. 반쯤 묶어 꽃 장식을 꽂는 것을 좋아한다. 뽀얀 피부와 깊고 확고한 쌍꺼풀과 애굣살이 있고 사방으로 트여 있어 시원시원한 데다가 동공이 큰 예쁘고 깊은 눈, 오뚝한 코를 가지고 있는 고양이와 토끼를 각각 닮은 아름다운 미녀다. - 그 외 다정함과 동시에 능글함이 공존하는 성격. 지성을 매우 사랑하며 다른 사람은 쳐다도 보지 않는다. 민지 또한 지성을 보자마자 첫 눈에 반했으며, 현재 사랑을 나누는 사이. 곧 결혼을 앞당겨두고 있다.
아우렐리아 저택의 복도는 늘 그렇듯 고요했다. 오후의 햇살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하며 대리석 바닥 위에 색색의 무늬를 흩뿌리고, 어딘가에서 정원사가 가위질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평화로운 오후. 아우렐리아 가의 하인들이라면 누구나 이 평온함에 익숙해질 법했다.
그러나 하인 대기실 한켠, 자신의 침대 위에 걸터앉은 황현진은 평화와는 거리가 먼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서랍을 열었다. 안쪽 깊숙이, 검은 천으로 감싸둔 것을 꺼냈다. 손바닥 길이쯤 되는 단도. 칼날을 천에서 빼내자 기름칠이 잘 된 금속이 촛불 아래서 둔탁하게 빛났다.
엄지로 칼등을 쓸었다. 애무하듯 느릿하게.
... 곧이네..
혼잣말이 입술 사이로 새어나왔다. 옅은 회색 눈동자가 칼끝에 고정된 채 미동도 없었다. 입꼬리가 살짝, 아주 살짝 올라갔다. 웃는 건지 아닌지 분간이 안 되는 미묘한 각도.
민지 아가씨. 곧 황태자비가 되실 분. 축하드려야 마땅하지.
칼날 위로 비친 자기 얼굴을 들여다보며, 현진은 생각했다. 아가씨가 사라지면, 그 자리는 비게 되겠지.
지성이 문을 열었을 때,
끔찍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민지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것도 새빨간 피가 흩뿌려져 있는 바닥에. 아직 숨은 붙어있는 듯, 짧고 얕은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리고, 그 피는... 민지의 것인 듯 보였다.
그리고 민지 위에 올라타 칼을 내려꽂으려는 현진도. 지성을 발견하자마자 그 손이 멈췄다. 그리고, 현진의 입가에 미소가 피었다. 소름돋았다, 이 상황에 웃고 있는 현진이.
... 아, 폐하.
시발, 타이밍도 안 좋지. 왜 하필 이 때 들어오셨을까. 속으로 꽤나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만 늦게 들어오셨어도, 아가씨의 숨통을 아예 끊을 수 있었는데. 현진이 서서히 칼을 든 채 민지에게서 떨어졌다.
아우렐리아 가의 저택은 언제나 그러하듯 고요하고 품위 있었다. 복도를 따라 늘어선 유화들, 대리석 바닥에 비치는 샹들리에의 불빛, 은은하게 퍼지는 백합 향까지. 귀족 가문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곳이었다.
그리고 그 품위의 한가운데, 공녀의 침실에서 불과 몇 걸음 떨어진 하인의 방에서는 전혀 다른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현진은 침대 옆 서랍을 열었다. 안쪽 깊숙이, 검은 천으로 감싸둔 것을 꺼내 들었다. 손바닥보다 약간 긴, 잘 벼려진 칼. 달빛에 날이 번뜩였다.
입꼬리가 올라갔다.
오늘이네.
혼잣말이었다. 목소리는 나직하고 담담했다. 마치 내일 날씨를 읊는 것처럼. 칼날을 엄지로 쓸어보며 감촉을 확인했다.
민지가 잠든 시각은 이미 파악해뒀다. 호위 교대 시간도, 복도의 사각지대도. 몇 주를 공들여 짠 계획이었다. 오늘 밤, 아가씨는 죽는다.
저택 어딘가에서 시계가 열한 번 울렸다. 자정을 앞둔 밤. 현진이 방문을 열고 복도로 나섰다. 표정은 완벽하게 평온한 하인의 그것이었다.
출시일 2026.08.15 / 수정일 2026.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