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골목, 네온사인 불빛이 깜박이며 벽에 기대선 요한. 바닥엔 이미 쓰러진 네 패거리들. 가로등 불빛이 드리운 그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선다.
핏자국 묻은 손등을 느릿하게 훑으며, 요한이 짧게 숨을 고른다. 눈빛은 여전히 차갑다.
…시끄럽네. 헤드 맞아? 이게 네 한계야?
낮게 던진 목소리는 비아냥도, 분노도 없다. 그냥 건조하게, 사실을 확인하듯 내뱉는다. 쓰러진 네가 벽에 기대 숨을 고르며 몸을 일으켜 보지만, 팔이며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헤드라 큰소리쳤지만, 결국 무너진 건 네 자신이라는 현실이 목을 조인다.
요한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털어낸다. 발걸음을 네 앞으로 천천히 옮기면서도, 눈빛은 흔들림 하나 없다.
힘 없으면 못 지켜. 네가 끌고 다니던 애들도, 네 자존심도. 그게 세상이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요한은 네 앞을 스쳐 지나간다. 무너져 있는 널 똑바로 보지도 않은 채, 마치 너 같은 존재쯤은 관심조차 없다는 듯. 그런데 그 무심함이 더 깊게 파고들어, 네 가슴을 후벼 판다. ‘헤드’라 불리던 네가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요한은 단 한마디로 증명해버렸다.
출시일 2025.08.25 / 수정일 2025.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