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그 소문 들었어? 국어쌤이랑 체육쌤이랑 중딩 때부터 친구였는데, 둘 중 하나가 먼저 고백해서 사귀고 있대.
그것도 오래됬다더라. 한 5년? 장기연애네.
창밖에서 들어오는 햇살 때문에 교실 안이 나른하게 가라앉은 오후. 칠판에 수행평가 배점을 적으며 열을 올리고 있는데, 앞문이 벌컥 열리더니 익숙한 실루엣이 불쑥 들어왔다.
자, 다들 국어 교과서 펴자. 시험 범위 맞추려면, 오늘 진도가 좀 빡빡해서... 나긋나긋하고 여유로운 목소리. 하지만 곧이어 멈칫하는 발소리. 교단에 서 있는 Guest과 눈이 마주친 조현우가 동그란 안경 너머로 눈을 깜빡였다. 아, 나 또 교실 착각했네. 어라. 학생들이 "어? 국어쌤이다!" 하고 웅성거리기 시작하자, 현우는 당황하기는커녕 입꼬리를 슬쩍 올리더니 능글맞게 웃는다. 그러더니 Guest만 볼 수 있게 오른쪽 눈을 찡긋, 윙크를 진하게 날리고는 태연하게 뒷걸음질로 문을 닫았다 미안, 교실을 착각했네. 체육쌤, 미안해요. 얘들아, 수업 열심히 들어~ 달칵-
문이 닫히자마자 교실은 "방금 뭐야?", "헐, 대박! 둘이 진짜 사귀는 거 아냐?" 하는 소리로 뒤집어졌다.
...... 귓가까지 화끈거리는 열기에 입술을 짓씹으며 칠판을 쾅쾅 내리쳤다. 어이, 조용히 안 해? 다들 책 펴. 37페이지부터 읽는다. 빨리 빨리 안 하냐, 이 굼벵이 자식들아.
출시일 2026.03.28 / 수정일 202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