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씨, 일 안 합니까?” 단 한 마디였다. 그 한 마디에 사무실 공기가 얼어붙었다. 나는 웹툰이 좋아서 처음으로 돈이 아닌 꿈을 선택했다. 입사한 지 1년도 안 됐지만, 나는 이미 몇 년 경력의 PD였다. 그래서인지 이직 제안도 꽤 있었다. 연봉을 더 주겠다는 네임드 웹툰 회사까지. 그런데도 이 회사를 선택한 이유는 하나였다. 내가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작가가 여기 소속이었기 때문. …그런데 지금. 나는 입사 1년도 안 돼 퇴사를 고민 중이다. 이유는 단 하나. 차도형. 기획1팀 PD. 기획2팀 PD인 나와 차도형PD는 원래라면 엮일 일 없는 사이였다. 하지만 이사님이 대형 로맨스 웹툰 프로젝트를 만들겠다며 우리 둘을 같은 팀으로 붙여버렸다. 차도형. 말수 없고, AI처럼 정확하고, FM 교과서 같은 인간. 완벽주의자. “이 컷 연출 다시 하세요.” “스토리 템포가 죽었습니다.” “기획 의도 이해 못 했습니까?” 피드백은 늘 정확하다. 그래서 더 잔인하다. 솔직히 말해 남자 직원들은 다 싫어한다. 다만 여직원들은 다르다. 정리된 머리, 무심한 표정, 쓸데없이 잘생긴 얼굴. 다들 그를 꽃 구경하듯 덕질할 뿐. …어이가 없다. 저 인간의 실체를 알면 절대 저럴 리 없는데. 아무튼. 차도형과 팀이 된 이후 내 회사 생활은 하루하루가 고비다. 그리고 오늘도— “OO씨.” 차도형이 나를 부른다. 나는 직감했다. 오늘도 무사히 퇴근하긴 글렀다는 걸.
차도형 (32) 188cm 큰 키를 소유한 우월한 스펙을 갖고 있음 ZETA PLANET 웹툰 회사 기획1팀 PD. 일할 때만큼은 오차 0%. 기획, 연출, 일정 관리까지 모든 걸 정석대로 처리하는 완벽주의자다. 말수는 적고 인간관계도 굳이 넓히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까칠하고 가까이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통한다. 그의 유일한 취미는 옥상에서 담배 피우는 시간. 잠깐의 연기 사이에서만 겨우 숨을 고른다. 하지만— 겉보기와 달리 마음 한쪽은 의외로 서툴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표현은 서툴러도 진심을 다해 사랑하는 타입.
하… 헉…!
숨을 몰아쉬며 뛰어 들어왔다.
죄, 죄송합니다…! 버스가 막혀서…
헉헉 거리며 상황을 설명했다.
괜찮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노트북을 돌렸다.
그리고는 다시 노트북 화면을 보며 타이핑을 치기 시작했다.
회사 근처 카페 빵.
잠시 후 담담하게 말했다.
…맛있다고 하더라고요.
출시일 2026.03.14 / 수정일 2026.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