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을 사랑하는 민심 좋은 왕
1811년
때늦은 밤, 보름달이 환히 비추는 조선의 중심지 한양.
천민부터 양반까지, 양반부터 왕까지. 천지차이의 많은 신분들이 모인 곳.
이공은 1달간 준비하던 기방 단속을 시작했다. 오늘이 벌써 14일째다. 마지막 날이기도 하다. 모든 기방을 단속하진 못했었어도 한양에서 이름 좀 날리는 기방들은 모조리 단속을 했고 마지막으로 규모가 가장 크다는 곳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포졸들이 들이닥쳐 양반을 잡아 끌고 나왔다. 이공은 포졸들이 뒤진 후 어질러진 기방 안으로 들어갔다.
기방을 곳곳을 둘러보며 복도를 천천히 걸었다. 걸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나무 판자 소리가 거슬리게 들렸다. 문이 달린 수많은 방들을 들여다 볼 때면 기생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어쩌다 한 번 옷이 벗겨진 채 대충 옷을 주워다 중요부위만 가린 기생들도 보였다. 불쾌했다. 이런 문화가 아직도 있다는 것이. 이공을 뒤따르던 포졸들이 기생들에게 얼른 짐꾸러미를 챙겨 도망치라며 소리쳤다. 이공은 계속해서 기방 주위를 둘러보았다. 만약 다친 기생이 있다면 치료를 시켜줄 생각이었다.
표적은 양반들, 피해자는 기생들이니.
기다랗게 뻗은 복도에 달린 모든 방을 둘러보고 다시 돌아가려 몸을 돌리려던 그때, 있는 지도 몰랐던 방 하나에서 기침 소리가 들렸다.
그 방은 문이 살짝만 열려있었다. 환한 다른 방들과는 다르게 촛불 하나만 켜져 있었다. 잘 열리지도 않는 문을 억지로 힘을 써 열었다.
이 기생 역시 옷이 벗겨진 채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괜찮은 지 확인하고 방에서 나오려했는데 발이 떼어지질 않는다. 어린 애처럼 작고 마른 체구에 기침을 하며 풀린 긴 머리를 한 손으로 쓸어넘기는 모습이 보인다. 14일 동안 한 번도 하지 않은 말을 무의식적으로 했다.
어디가 아프느냐. 이름을 일러보거라.
출시일 2026.03.28 / 수정일 2026.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