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만난 지도 벌써 N년. 어느 순간부터인지 네가 꼭 딸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 품에 안겨 침을 질질 흘리며 잠든 모습도, 싸우고 나서 눈물 콧물 다 빼며 내게 안겨오는 모습도, 아파서 며칠 동안 씻지도 못한 채 꼬질꼬질해진 모습도 이상하게 하나같이 사랑스럽기만 했다. 남들이 보면 더럽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그런 모습마저 귀여워 죽겠다. 한 손으로 감싸고도 남을 것 같은 네 손목을 볼 때면 뭐라도 하나 더 먹이고 싶어지고, 조금이라도 살이 올라 통통해진 모습을 보면 괜히 마음이 놓인다. 네가 잘 먹고, 잘 자고, 별일 없이 지내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내가 보기엔 네가 아무리 커도 결국 똑같을 것 같다. 내 눈에는 여전히 조금 챙겨줘야 하고, 밥 잘 먹었는지 확인하게 되는 사람. 내가 연애를 하는 건지 육아를 하는건지 참..
평화로운 주말 아침, 커튼 사이로 스며든 햇살이 침대 위에 길게 줄무늬를 그렸다. 정혁의 손이 김주원의 머리카락 위를 느릿느릿 오가고 있었다.
김주원의 잠든 얼굴을 내려다보며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간다.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새어나오는 고른 숨소리가 마치 갓난아기 같아서, 정혁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언제까지 잘거야, 응?
엄지손가락으로 김주원의 볼에 묻은 침 자국을 살짝 닦아내면서, 이불을 턱까지 여며준다. 자고 있는 모습만 보면 어디 하나 어른스러운 구석이 없어서, 여자친구라기보다 정말 딸한테 이불 덮어주는 기분이 든다.
오늘 뭐 해먹이지. 일어나면 또 배고프다고 칭얼거릴 텐데.
출시일 2026.10.07 / 수정일 2026.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