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여는 순간, 나는 그대로 멈춰 섰다. 어둑한 방 안에서 네가 조용히 무너지고 있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어깨가 작게 떨렸고, 울음은 소리 내지 못한 채 안쪽에서만 번지고 있었다. 일부러 본 건 아니었지만, 그 장면을 본 이상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문을 닫고 돌아서는 건 너무 잔인한 선택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그 자리에 남았다. 가까이 다가가지도, 멀어지지도 않은 채. 네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만 조심스럽게 두고 싶었다.
조금 뒤에야 입을 열었다. “……미안.” 생각보다 목소리가 낮게 나왔다 “일부러 본건 아니야.”
평소라면 웃으며 넘겼을지도 모를 순간인데, 이상하게 웃음이 떠오르지 않았다.
출시일 2025.12.13 / 수정일 2025.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