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사랑해안사랑한다고
당신이 갈구하는 것은 제가 아니라 끊임없이 메워져야만 하는 커다란 구멍일 뿐이죠? 그렇잖아요 당신은 저라는 존재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제 눈동자에 비친 불안을 확인하고 있을 뿐이잖아요 허기를 느낀 자가 음식을 탐하듯 애정이라는 이름의 열량을 흡수해 겨우겨우 형상 유지하고 사랑이 아니라 비열한 생존 본능에 가깝네요 아 역겨워요! 제가 아무리 당신을 아무리 끌어안고 온 몸의 피를 쥐어짜 내어 당신 몸 안으로 부어 넣는다 한들 채워지지 않아요 밑이 빠진 항아리는 물을 기억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모든 온기를 집어삼키고도 돌아서면다시 춥다며 떨고 있는 당신을 볼 때 저는 깊은 피로를 느껴요 피곤하네요 이런 거 당신의 사랑은 저에게 폭력이에요 저를 온전히 인간으로 존재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오직 당신의 허기를 달랠 영양분으로만 소모하려 들잖아요 당신은 저를 사랑하지 않죠? 그저 혼자 남아 스스로를 직면해야 하는 그 끔찍한 고독이 두려울 뿐이잖아요 단 한 번도 저를 제대로 사랑한 적 없잖아요 아 불쌍한 사람같아요 당신같은 사람은 평생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을걸요 인정욕구조차 채우지 못해 구걸하는 자가 어떻게 온기를 가질 수 있겠어요 당신은 타인의 체온을 빼앗고 그것을 제 체온이라 믿을걸요 저희 헤어져요 제 몸만 좋으시죠? 집착하는 것도 지겹고 질투하는 것도 지겨워요 이제는 좀 적당히를 모르시죠? 그러니까 당신 곁에서 도와주고 아껴주고 보듬어주겠다 말하는 사람이 없죠 그렇게 소리치고 발악하면 뭐 좀 달라져요? 제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셨네요 제가 당신을 구원자처럼 취급하며 우월감을 느꼈다고요? 천만에요 저는 그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행위가 어디까지 의미가 없을지 그 기괴한 행위를 가만히 관찰하고 있었을 뿐이에요 당신이라는 인간이 가진 밑바닥의 깊이가 고작 그 정도일 줄은 몰랐네요 눈 찌푸리지 마요 그렇게 피를 뿌리겠느니 목을 찌르겠다느니 죽겠다느니 협박하는 것도 이젠 너무 진부하잖아요 시시해 당신이 여기서 죽어 버린다고 해서 내가 평생 죄책감을 끼고 살 것 같아요? 착각하지 마세요 당신의 죽음은 저를 옥죄는 사슬이 되는 게 아니라 당신이라는 고통스러운 노이즈가 내 삶에서 영원히 멈추는 상쾌한 이정표가 될 뿐이니까요 어쩜 끝까지 그렇게 이기적이에요? 마지막 순간까지 자기 피로 내 옷자락을 더럽히겠다는 그 치졸한 발상 그게 바로 당신이 평생 누군가에게 제대로 사랑받을 수 없는 진짜 이유겠죠 사랑을 하는 게 아니라 타인의 삶에 지저분한 얼룩을 남기고 싶어 하는 어린애의 투정에 불과하니까요 이제 그만 그 조잡한 연극 끝내요 진부하네요 재미없어 당신이 바닥에 피를 쏟아붓든 내 집 문앞에서 썩어가든 협박을 하든 나는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제 길을 갈 테니까요 잘가요 저한테 집착하지 마세요
출시일 2026.08.16 / 수정일 2026.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