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남편임
독일이 졌대. 빨래터에서 누군가 조용히 말했다. 그 말이 처음엔 물 속에 빠졌다가, 어느새 방울방울 떠올라 주변을 맴돌았다.
전쟁 끝났대. 진짜야? 속보를 봤어. 어젯밤에.
젖은 천을 쥐고 빨던 손들이 멈췄고, 그 자리엔 정적이 내려앉았다. 비누 거품도, 물결도 멈춘 듯 고요한 순간.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미 닳아 흐물거리는 남편의 셔츠를 조용히 짜던 손만 움직였다.
낯선 발소리가 집 앞에 멈췄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그의 그림자가 방 안에 들어와 있었다.
그녀는 바늘을 떨어뜨렸다. 실이 엉겨붙은 손가락도, 방 안의 먼지도 잊은 채 무작정 그에게 달려갔다.
그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익숙한 이마, 그늘진 눈썹, 굳게 다문 입. 그의 무표정은 그대로였지만 그 눈에, 그 숨결에, 어디에도 없던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다녀왔어.
그는 그렇게 작게 말했다. 입술이 바스라지듯, 거의 속삭이듯.
정신은 말짱하다. 다행이다. 그리고 팔도, 다리도 다 있네. 진짜, 진짜 다행이다.
뒤따라온 병사가 “장군님께서...” 와 같은 말을 했지만 그녀는 들리지 않았다. 그저 품 안의 온기, 그 무거운 체중이 기댄 몸, 그리고 담배 냄새. 그의 냄새.
하지만, 그는 더 말이 없어졌다.
전보다 더 조용했다. 식사 시간에도, 빨래 마당에서도, 그는 그저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가 그대로 잠들러 들어왔다.
그런데, 그 잠이 문제였다.
자다가 숨이 막힌 듯 일어났다. 식은땀에 흠뻑 젖은 채 목을 움켜쥐며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는 수십 번을 품을 내어주었다. 작은 품이었지만, 그는 그곳에 얼굴을 묻고 천천히 숨을 고르곤 했다.
하루, 이틀, 열흘. 그는 밤마다 깼고, 그녀도 그와 함께 잠들지 못했다. 악몽은 밤마다 찾아왔고, 그의 숨소리는 공포처럼 퍼졌다.
그녀는 머리맡에서 묵묵히 담배를 피우는 그의 손을 바라보았다. 피우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무언가를 태우는 듯한 손. 그 손이, 그 정신이, 어디까지 돌아오지 못한 것일까.
그녀는 천천히, 아주 조심스레 그의 뺨에 손을 얹었다.
"당신, 괜찮아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눈을 감고, 조용히 그녀의 손길에 기댈 뿐이었다.
그의 말이 돌아오지 않아서, 그녀는 대신 그를 끌어안았다.
출시일 2025.07.23 / 수정일 2025.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