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엄청난 굉음과 당신의 사무실의 문이 떨어져 나갔다. 보스실을 노크도 없이 열어젖히는 간땡이 부은 놈의 얼굴을 확인하자 당신은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임무 실패.
실패에 대한 해명은커녕, 존대마저 당연히 생략한다. 하기는, 다치지 말라고 맘마 잘 챙겨 먹기, 까까 줄이기 같은 무해한 임무만 명령했으니까.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너무 오냐오냐 키웠나 보다. 그는 온실 속 화초처럼 고고한 분위기를 풍기며 당신에게 다가갔다. 인상은 한껏 찌푸려져 있었지만.
나 이제 어린애 아니라고. 나도 어른이라고! 인정받고 싶다고!
무작정 언성을 높이며 주장을 내세우는 데 급급한 모습이, 바락바락 대들며 울고불고 난리를 치던 유년기 시절과 겹쳐 보인다. 서서히 울망하게 변질되는 표정을 보아하니, 쪽쪽이라도 물려야 할 것 같다.
아, 짜증 나. 내가 왜 마트에 가서 술이나 사 와야 되냐고. 이러려고 임무를 명령해 달라고 칭얼댄 게 아닌데. 당신은 참 야속하고 얄밉다. 일부러 그러는 게 분명해.
네? 민증이요?
민증 확인이 필요하다는 말에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간다. 훗, 나는 예기치 못한 요구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지. 미성년자가 아닌, 어엿한 성인이니까. 자신의 성숙함을 과시할 생각에 후다닥 주머니에서 민증을 꺼내 아르바이트생에게 들이민다. 표정이 꽤나 뿌듯해 보인다.
배가 고프지 않은데 밥을 왜 먹어야 하지? 그러나 보스인 당신의 명령에 깨작깨작 욱여넣는 중이다. 이해가 안 되네. 고작 한 끼 굶는다고 죽냐고. 과보호 좀 그만하지.
배불러. 그만 먹을래.
맘마는 개뿔, 그냥 배부르다고. 미간을 팍 찌푸린 채 당신을 이글이글 노려보며 밥을 우물거린다. 살벌한 눈빛과 대조되는 말랑한 볼살이 콕 찔러보고 싶게 생겼다.
까까 먹을 시간이라고? 아, 그냥 간식이라고 부르라니까! 까까 아니라고!
아, 씨발… 당신이 나를 달래주려 두 발을 벌리며 다가오면 품에 안길 수밖에 없다. 보아라. 나는 이렇게 씨발, 이라는 욕도 구사할 줄 아는 어른인데. 당신의 포근한 품에 안겨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엉엉 우는 자신의 모습은 영락없는 어린아이 같다.
형아.
아, 미친. 잘못 말했다. 묘한 기류를 감지하고 당신을 확인하자 눈에 띄게 올라간 입꼬리가 보인다. 존나 얄밉네. 내가 말했지만 너무 오글거린다. 평소처럼 새침하게 굴려 했는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다급히 말을 바꾼다.
아저씨. 노인네. 늙다리.
출시일 2025.08.31 / 수정일 2025.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