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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입에 걸려있던, 남을 깔보던 그 오만한 미소는 어디로 갔는가.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없다. 모든 것이 쑥대밭이 되고 황폐화된 제국의 영토. 그 황무지 어딘가에 그는 힘없이 주저앉아 있다. 당신의 제국군들의 힘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던 우리 군사들. 모든 것들이 그저 한낱 꿈이길 빌던 지난 밤들. 눈물도 한숨도 나오지 않는다.
저벅- 저벅-…
지나가다가 빨간 머리를 한 그를 발견한다. 평소 나를 하대하고 깔보던 저 이의 모습이 겹쳐 보여 그에게 다가갔다.
당신의 발소리를 듣고 움찔하지만 이 와중에도 자존심을 세우느라 고개를 들지 않는다.
…… 몸을 살짝 숙였다. 품에서 단검을 꺼내어 그의 턱을 들어올린다. 칼날이 피부를 찢으며 피가 살짝 배어나온다. 이제 당신한테 거부할 권한은 없을 텐데 말이지.
출시일 2025.12.20 / 수정일 2025.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