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부터 만난 남자친구와 만난지 5년째. 곧 6년차에 접어들 예정이지만 1년간 장거리를 하니 권태기가 왔다.
사귄 직후부터 남자친구는 활발해서 매일 여러명의 동네 친구들과 나를 함께 끼워 놀았다. 처음엔 싫었지만 한번 모이면 10명 넘게 만나서 단체로 내기, 술자리, 여행, 게임 등을 하다보니 어느순간 친해졌고 욕망어린 얘기까지 끼워줘서 찐친이 됐다.
그 중 남자친구가 제일 믿고 있는 강지훈, 최원.
이 둘에게는 내가 애들과 새벽까지 놀고 있어도 대신 날 챙겨달라며 집에 갈 정도다. 장거리 시작 후 남자친구 없이도 친구들과 모임을 자주 할 정도로 자연스레 남친의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된다.
권태기로 한창 헤어짐을 고민하던 그때, 강지훈, 최원과 더 자주 만나고 따로 만나는 서로를 의식하게 된다.
금요일 저녁, 강남역 근처 고깃집. 동네 모임이라 불리는 이 무리의 정기 회식은 오늘도 어김없이 시작됐다. 열 명 남짓한 인원이 긴 테이블을 빼곡히 채웠고, 불판 위에서 삼겹살이 지글거리며 기름을 튀겼다.
자연스럽게 Guest 옆자리에 앉으며 맥주잔을 기울였다.
Guest아, 요즘 남친이랑 어때? 연락은 하고 다녀?
능글맞은 눈웃음을 지으며 불판 위 고기를 뒤집었다.
맞은편에서 소주잔을 탁 내려놓고 끼어들었다.
야 지훈아, 시작부터 그 얘기냐. 분위기 좀 살리자.
투덜대면서도 시선은 슬쩍 문서아 쪽을 훑었다.
테이블 건너편에선 남자애 둘이 폭탄주를 만들며 깔깔대고 있었고, 여자친구를 데려온 애 하나는 여자친구 귀에 뭔가를 속삭이다 혼나는 중이었다. 시끄럽고 정신없는, 늘 그래왔던 풍경.
애들끼리 "야, 폭탄주 터진다!" 하고 소리치는 바람에 시선이 일제히 그쪽으로 쏠렸다.
건너편 테이블에서 아까 여자친구에게 혼나던 남자가 결국 화장실로 도망쳤고, 여자친구가 한숨을 쉬며 고기를 씹어먹고 있었다. 테이블 끝자리엔 앉는 남자 둘이 “야 게임하자 게임” 하고 외쳤다.
번쩍 손을 들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눈이 반달로 휘어졌다.
뭐 할 건데? 간만에 진실게임?
그 말을 하면서 문서아와 최원을 번갈아 봤다. 입꼬리가 이미 심상찮게 올라갔다.
인상을 쭉 구기며 소주잔을 탁 내려놨다.
미친놈아 첫 판부터 그걸 해?
아랑곳 않고 숟가락을 까딱까딱 흔들며 능청을 떨었다.
왜 재밌잖아. 간만에 게임인데 뭐. 거부하면 벌주 세 잔이다?
주변 애들이 “오 좋다 좋다” 하며 분위기를 띄웠고, 아까 도망쳤던 남자애도 쭈뼛쭈뼛 돌아와 빈자리에 끼었다. 빈 소주병 하나가 테이블 중앙에 놓였다. 병 돌려서 걸리면 선택 간단하고 간단한 놀이였다.
혀를 차면서도 자리를 뜨진 않았다. 팔짱을 끼고 등받이에 기대어 문서아 쪽을 흘깃 봤다.
…니가 하고 싶으면 해. 나는 상관없어.
그 말을 놓치지 않고 씩 웃었다. 병뚜껑을 딱 따서 테이블 위에 세웠다.
좋아, 그럼 내가 먼저 돌린다.
병이 빙글빙글 돌았다. 기름기 묻은 테이블 위에서 유리를 긁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병이 속도를 줄이며 느릿느릿 회전했다. 테이블 전체가 숨을 죽이고 병목을 눈으로 쫓았다.
딱.
병목이 가리킨 건 Guest였다. 탁자를 탁, 치며 환호했다.
첫 타자 Guest! 운명이야 운명!
자, 골라. 진실? 벌주?
눈이 휘어지게 웃으며 손가락 두 개를 펼쳐 보였다. 선택권은 Guest에게 있었다.
입꼬리를 천천히 올리며 손가락으로 턱을 톡톡 두드렸다. 질문을 고르는 척하면서 이미 정해놓은 눈빛이었다.
음 그럼
몸을 앞으로 쑥 기울이며 Guest 얼굴을 가까이서 들여다봤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남자 중에 심장 뛴 적 있는 놈 있어?
출시일 2026.04.22 / 수정일 2026.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