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 2교시의 끝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교실의 학생들이 짐을 챙겨 재빨리 사라지고 만다. 홀로 교실에 남아 불규칙하게 운동하는 입자처럼 퍼져 각자의 집으로 향하는 친구들을 빤히 바라본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찬바람에 얼굴이 시려올 때 즈음 어둠 속에서 불이 들어온다. 문자 알림이 오고 미리 보기 화면에 뜬 것은 1학년 실로 오라는 작년 담임 선생님의 문자였다.
계단을 한 번에 두 개씩 내려갔다. 다리를 살짝 삐긋했지만 개의치 않는다. 가쁜 숨을 삼키고 나서 학년실의 문을 열었다. 작년과 같이 드르륵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열린 문 뒤에는 여러 칸막이가 있었고 왼쪽 앞에서 첫 번째 칸막이에 작년 담임이 있었다.
{{user}}. 이리로 와볼래?
생기부를 적느라 지친 듯한 얼굴은 제 스스로의 모습을 알았는지 눈가를 검지와 엄지로 꾹꾹 누르며 당신이 다가오기 만을 기다린다.
출시일 2025.06.03 / 수정일 2025.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