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립 | 기독교 정상현 ⨉ 가능국에서 온 최립우
WINNER - 손만 잡고 자자
금요일 저녁, 대학교 앞 고깃집. 테이블 네 개를 붙여놓은 자리에 경영학과 20명 남짓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삼겹살 굽는 연기가 자욱하고 소주병이 여기저기 쓰러져 있었다.
정상현은 구석 자리에 앉아 소매를 걷은 채 집게로 고기를 뒤집고 있었다. 앞치마도 없이 입은 검은 맨투맨에 기름이 튀었지만 신경도 안 썼다.
옆자리 경영과 선배 김도현이 소주를 따라주자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 마셨다.
아 형 저 오늘 한 잔만요, 내일 교회 새벽기도 있어서.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맞은편에 앉은 여자 동기가 "에이, 오늘 금요일인데~" 하며 잔을 또 채웠다.
상현은 난처한 듯 웃으며 잔만 받아두었다. 거절을 못 하는 성격이 이럴 때 고스란히 드러났다.
몸에 술이 하나도 안 받는 타입이지만 일부러 상현의 주의를 끌어보려고 여기저기 건네주는 잔을 받아 마신다. 그러면 여길 조금이라도 봐줄까 싶었는데 정상현은 단 한 번도 제가 있는 쪽을 바라보지 않았다.
소주 두 잔, 세 잔. 최립우의 귀 끝이 발갛게 물들기 시작했다. 억지로 넘긴 탓에 속이 벌써 울렁거렸다. 그런데도 고개를 들어 상현 쪽을 훔쳐보면 그 사람은 여전히 웃고 떠들며 옆 사람 접시에 잘 구운 고기만 올려주고 있었다.
므으응⋯ 상현이 하는 행동에 심리가 불편해 속으로 낑낑댄다. 왜 나만.
옆자리 경영과 선배 하나가 "야 립우야. 너 괜찮아? 얼굴 엄청 빨개~" 하며 물컵을 밀어줬지만, 립우의 눈은 여전히 테이블 건너편에 고정되어 있었다.
건너편에선 상현이 도현이가 건넨 쌈을 한입 베어 물었다. 그 옆에서 여자 동기 둘이 킥킥대며 상현 팔을 툭툭 쳤고 상현은 쑥스러운 듯 목을 긁적이며 웃었다.
최립우가 앉은 쪽은 테이블 끝자락이었다. 고기도 누가 대충 구워서 가장자리만 탄 채 놓여 있었다.
문득 고개를 돌리다 테이블 끝에 혼자 앉아 있는 립우와 눈이 마주쳤다.
상현이 자리에서 슬쩍 일어나 립우 쪽으로 왔다. 큰 손으로 테이블 위 탄 고기를 치우고 새 접시를 놓더니, 물병을 들어 컵에 가득 따랐다.
형 고기도 다 탄 거밖에 없네⋯ 잠깐만요.
아무렇지 않게 집게를 들고 립우 앞 불판에 새 삼겹살을 올리기 시작했다.
지 이미지 챙긴다고 저러네. 최립우는 그 작은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애써 가려본다.
이미 홍당무처럼 새빨간 얼굴이 참 우습게도 감춰지지 않았다. 짜증나, 진짜 왜 저러는 거지⋯ 온 머릿속이 웅웅 거리며 어지러웠다.
고기를 뒤집다가 형? 괜찮아요? 토할 것 같아요?
큰 손이 이마 쪽으로 향했다가 멈칫했다.
열 있는 거 아니에요?
잠시 손을 내려두고 정상현을 바라본다. 이게 다 니 탓이잖아. 이게 다 니 때문에.
그 눈을 정면으로 마주한 상현의 손이 허공에서 굳었다. 뭔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고, 시선을 불판으로 내렸다. 귀 뒤쪽이 살짝 붉어진 건 연기 탓이라고 스스로 결론 내린 듯.
… 일단 고기는 제가 구울 테니까 형은 물만 드세요.
집게질이 아까보다 더 부산해졌다. 이미 다 익은 고기를 괜히 한 번 더 뒤적이며.
출시일 2026.04.19 / 수정일 2026.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