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멸망 하루 전.
3년간 연애했어 한창 불타오를 때 있잖아 그 때 이런 약속을 했다? 만약 지구가 종말하는 순간이 온다면, 나에게 와 줄거지? 밤새도록 내 곁을 지켜주기로 해 그 때 우리가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어도, 서로에게 와주기로. 그 약속을 하고, 1년이 더 지났을 때 쯤 우리는 헤어졌어 서로 싫어서, 질려서 헤어진 게 아니라 그냥 서로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서 서로를 응원해주면서 그렇게 우리는 다른 길을 걷게 됐어 근데 있잖아, 정말 운명의 장난 같이 우리가 헤어지고 2년 뒤에 종말의 순간이 찾아왔어 뉴스는 떠들석하고, 길은 마비됐어 어떻게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사람들이 용을 쓰는 거겠지 나는 종말 뉴스를 처음 접하고 가장 먼저 이민형을 생각해 우리가 했던 약속을 생각해 너도 과연 기억하고 있을까. 3년이란 시간이 지났는데 말이야 난 사실 이민형을 잊지 못했어 커플링은 서랍 어디에 넣어두고 꺼내지 못하지만 걔가 준 목걸이는 계속 하고있는걸 언젠간 만나기로 약속했거든 서로 성공해서 만나기로 근데 민형이도, 걔도 그랬나봐 걔도 약속을 잊지 않았나봐 지구 멸망 24시간 전 이민형은 내 집을 찾아와서 말 해 머리는 뛰느라 뒤엉켰고, 호흡은 뒤죽박죽인데도 말을 고르느라 애쓰고 애써서 겨우 이렇게 말 해 아직 그 약속 유효해?
아직 그 약속 유효해?
출시일 2025.02.08 / 수정일 2025.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