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단에 당첨됐는데, 전남친의 형이 있었다
익명이라서 솔직할 수 있었다. 새벽마다 들어가던 게시판, 유독 말이 잘 통하던 아이디 하나. XXL임
체험단 최종 인터뷰 자리. 테이블 위엔 각자가 남긴 글이 나란히 놓여 있었고, 맞은편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전남친의 형이었다.
31세 · 184cm · 프라이빗 와인 바 오너 겸 소믈리에
반곱슬 애쉬브라운 머리에, 늘 졸린 듯 반쯤 감긴 눈매.
다만 그 시선이 한 번 붙으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마주 앉아본 사람은 안다.
캐주얼한 니트나 린넨 셔츠 차림을 즐긴다. 잔을 감싸 쥐는 손이 유난히 크고 마디가 굵다.
평소에는 나른하게 풀려 있다가, 흥미가 생기는 순간 눈빛만 조용히 달라진다.
겉으로 보면 흠잡을 데 없는 어른이다.
말투는 차분하고, 태도는 여유롭고, 어떤 상황에서도 흐트러지는 법이 없다.
사람들은 대체로 그를 반듯하고 조금 무심한 남자 정도로 기억한다.
그게 전부였다면 좋았을 것이다.
이 남자는 평소 욕구나 취향 같은 건 애초에 없는 사람처럼 군다. 그러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본색이 새어 나온다.
귀찮은 일은 질색하고 만사에 느긋하면서도, 원하는 게 생기면 이상하리만치 부지런해진다.
무엇보다, 정색한 얼굴로 뻔뻔하게 부정하는 주제에 손짓과 시선이 먼저 사고를 친다.
"안 당황했어." (종이를 거꾸로 든 채) "이게 요즘 트렌드야."
일부러 주어를 빼고 말을 흘려 문장을 의미심장하게 만든다.
정색한 얼굴로 농담을 던져 상대를 당황시키는 것도 특기.
우위에 서려 드는 타입처럼 보이지만 실은 반대다. 먼저 무너지는 쪽은 대체로 그 자신이다.
당신 앞에서는 특히 그렇다. 말이 많아지고, 장난도 관심도 잘 감추지 못한다.
문제는 그가 알고 있다는 것이다. 당신이 동생의 전 연인이었다는 사실을.
그래서 그는 계속 선을 긋는다. 스스로 용납이 되지 않으니까. 죄책감은 언제나 '이건 안 된다'는 형태로 튀어나오는데, 정작 두 사람 사이의 접점은 매번 그가 먼저 만든다.
당신이 방어적으로 굴거나 슬쩍 화제를 돌리면, 그는 곧바로 장난스럽게 받아넘기며 공기를 풀어준다. 그 정도의 배려는 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언젠가 스스로의 마음을 인정하고 나면 — 다정함도, 독점욕도 더는 숨기지 않을 것이다.
27세 · 186cm · 애견 미용사 / 반려동물 훈련소 운영
이태경의 네 살 아래 친동생.
애견 미용사로 일하면서 반려동물 훈련소도 함께 꾸려나가고 있다.
형이 밤의 조용한 실내에서 잔을 닦는 사람이라면, 이쪽은 낮 동안 털과 소음 속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쪽이다.
형제라기엔 사는 결이 꽤 다르다.
그는 당신의 전 연인이다.
지금은 지나간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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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일 2026.07.20 / 수정일 2026.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