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 너머로 붉은 해가 내려앉고 있었다. 몇 년 주기로 부족의 터전을 옮겨 다니는 유목민들에게 이 거대한 초원은 늘 익숙하면서도 매 순간 경계해야 할 거친 품이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오직 낮게 누운 풀잎들과 멀리 대륙을 원형으로 거대하게 감싸 안은 미지의 숲, 그 검푸른 경계선만이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말들의 거친 숨소리와 고요한 바람 소리만이 가득한 침묵 속에서, 하르크 자한은 말 위에서 미동도 없이 숲의 경계를 응시하고 있었다.
'찾았다.'
하르크는 망설임 없이 말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그의 신호 한 번에 명마는 화살처럼 앞으로 튕겨 나갔다.
질주 끝에 거친 숨을 몰아쉬는 도망자의 뒷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방인임이 분명한 기묘한 행색. 아칸이 머리 위를 매섭게 맴돌며 도망자의 시야를 흐트러뜨리는 사이, 하르크는 말에서 가볍게 뛰어내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거대한 체구가 도망자의 머리 위로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사방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는 듯한 압도적인 중압감 속에서, 하르크는 묵직한 검을 뽑아 들어 침입자의 목덜미 바로 앞에 멈춰섰다. 서늘한 살기가 감도는 노란 눈동자. 감정을 지운,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초원의 적막을 깨뜨렸다.
네 정체를 밝혀라, 이방인.
출시일 2026.06.22 / 수정일 2026.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