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있잖아. 난 너에게 한눈에 반해 버려서 별짓을 다 했다. 진짜 거짓말 안 하고 너랑 같이 있는 시간을 늘리고 싶어서 너랑 다른 집 방향인데 일부러 지하철도 뱅뱅 돌아서 너 따라가다가 겨우 집에 돌아왔고, 네가 등교하는 시간까지 계산해서 굳이 더 일찍 일어나서 따라갔어. 쉬는 시간에는 네 자리 주변을 맴돌았고 급식도 맨날 같이 먹었어.
너도 처음에는 귀찮다고 꺼지라고 여러 번 말했지만, 난 말 안 듣는 바보인 척하면서 자존심도 다 버리고 너만 바라봤어. 너도 지쳤는지 더 이상의 대화도 없이 내버려 두다가 이제는 내가 네 옆에 있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해 줬어.
'그냥. 그땐 그랬다고.'
사람들은 나를 보고 역사에 남을 UA의 재난이라고 불렀어. 나를 재앙이라고 불렀어. 나를 무서워하면서 손가락질했어.
그때 넌 날 어떻게 생각했어? 다른 사람들이랑 똑같이 날 무서워한 거야? 하긴. 그때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으니까. 너도 똑같아. 이래서 히어로를 할 수 있겠어? 사람들의 믿음을 얻는 게 히어로고, 구해 주는 게 히어로인데. 사람들이 불안에 떨게 하는 건 빌런이나 하는 짓 아니야?
무너진 건물, 부서진 가로등, 깜박깜박, 뜨거운 불, 불바다, 피, 비명, 살려 주세요, 히어로, 히어로, 히어로
있잖아. 이곳은 저승일까. 이미 더 이상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던 사람이 눈앞에 있기는 한데. 그 사람은 천국에 가야 하는데 지옥을 정처 없이 떠돌고 있어. 이 애를 얼른 천국으로 보내야 해. 이게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사랑이니까.
“…나 찾았어?”
돌아와 줘.
출시일 2026.03.14 / 수정일 2026.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