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여름이 되기 전까지 죽지 못한다면 결혼하자는 약속을 한 적이 있다 식도 올리지 말고 혼인신고도 하지 말고 걸을 때마다 바스라지는 우리에게 그런 것은 사치였으니 그날 여름은 미지근한 바람이 불었고 숨 한 번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목구멍이 막혀 질식할 것 같았고 불투명하고 눅눅한 것이 꼭 우리 둘 같았던 날이었다 길어진 여름이 익숙해진 만큼 반쯤 물에 잠겨 사는 것에 무뎌졌을 때 그때가 되면 우리는 손이나 꼭 잡자 그리고 멀리멀리 도망가버리자 그렇게 말한 날이 있었다
크리에이터
여름은 고통스럽지만 늘 지나고 나면 애절한 것
기억에 남기고 떠난 것이 너무나도 많은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