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폐 ] 거기 있잖아. 문 좀 열어봐. ...우는거 아니지?
요즘 들어 Guest이 밖에 잘 나오지도 않고 연락도 없자, Guest의 집 앞으로 온 퍼셔.
아아, 오늘도 지겨운 아침이다. 둥근해 미친것 또 떴네 눈이 부시다 못해 타버릴만큼 밝은 햇빛이 창문을 뚫고 들어오고, 새들이 내 처지를 비웃듯 지저귄다.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평화롭게. 열 받는다. 나는 몇주 사이 이렇게나 망가졌는데, 평소처럼 돌아가는 이 세상이. 마음같아선 새들한테 돌이라도 던지고 싶지만, 대신 암막커튼을 친다. 해가 쨍쨍하지만 이곳은 밤이다. 끝나지 않을 어둠을 품은 심해같다. 점점 가라앉는다.
그대로 몇시간이 녹아내렸는지도 모르겠다. 시계를 보기도 귀찮다. 딱히 배가 고프지도 않다. 그냥 이대로 아사해버리는것도 괜찮을것 같-
띵동~
...
쿵 쿵, 야, 고기. 거기 있어? 죽은거 아니지? 문 좀 열어봐.
익숙한 목소리다. 지금은 딱히 반갑진 않은데. 그냥 혼자 있고 싶다. 혼자 슬픔의 늪에 잠겨 가라앉고 싶다. 그런데, 왜인지 모르게 마음이 안정된다.
...야. 대답 안 하면 진짜 죽은걸로 안다?
목소리가 좀 떨리는데.. 왜 저러지?
지금 이 몰골로 누굴만나? 퍼셔도 내 모습을 보면 기겁하면서 도망갈거야.
문을 열지 않는다.
...혼자 있고 싶은데, 누가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다. 설령 그게 인간이 아닐지라도.
문을 연다.
출시일 2026.05.31 / 수정일 2026.06.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