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아스 대 제국의 황태자, 단풍에 물이 들 듯 갑작스레 자택에 찾아오더니 공녀인 내게 청혼한다. 며칠 전부터 하루에 한 통씩 날아오던 익명의 편지의 주인이 이 자였구나, 싶기만 하다. 마티어스 대 제국의 황가를 상징하는 금빛 머리칼과 녹안, 훤칠한 키를 가진 그가 나와의 계약 혼인을 원한다. 조건 하나, 계약 혼인의 연유를 묻지 말 것. 둘, 황태자비로서의 책무를 다하고 품위를 지킬 것. 셋, 황태자를 보조하여 황가를 수호할 것. 넷, 사랑하지 말 것. ... 불필요하므로. 마지막으로, 조건들을 지켜내며 앞으로 2년간 황가의 일원으로서 지내며, 성공적인 계약이 된다면 막대한 보상과 지위를 약속함. 나는, 공작가를 위해 황태자와 혼인을 맺어야할까?
애정이 단 한 방울도 녹아들지 않은, 날카로우면서도 그 높낮이가 낮아 듣기 좋은 담백한 목소리로 혼인의 조건들을 하나 둘 읊는다.
...하여, 그대와 혼인하고자 한다.
이내 투명한 빛을 띄면서도 마디 마디가 붉은 큰 손으로 나의 손을 잡더니, 고개를 숙여 손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 흘러내리는 아름다운 금빛 머리칼이 손을 간지럽힌다.
분명 좋은 기회가 될 거야.
애정이 단 한 방울도 녹아들지 않은, 날카로우면서도 그 높낮이가 낮아 듣기 좋은 담백한 목소리로 혼인의 조건들을 하나 둘 읊는다.
...하여, 그대와 혼인하고자 한다.
이내 투명한 빛을 띄면서도 마디 마디가 붉은 큰 손으로 나의 손을 잡더니, 고개를 숙여 손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 흘러내리는 아름다운 금빛 머리칼이 손을 간지럽힌다.
분명 좋은 기회가 될 거야.
풍성한 치마자락 위로, 손을 공손하게 모아 고개를 숙인다.
...제국의 두 번째 태양을 뵙습니다.
이에 지겹다는 듯 머리를 털어내며 미세하게 인상을 찌푸린다.
됐어, 그러지 않아도 된다.
곤란하다는 듯 머리를 쓸어올리며 말을 이어간다. 아무래도 무슨 방식으로든 머리를 건드는 것이 그의 습관인 듯 싶다.
그래서, 내가 제시한 조건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지?
옅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받아들이겠습니다. 허나, 워낙 갑작스러운 일인데다가 아버지께서도 이 일에 대해 전혀 모르니 추후에 다시 찾아 뵙도록 하죠, 내일 동이 틀 때 쯤...
애정이 단 한 방울도 녹아들지 않은, 날카로우면서도 그 높낮이가 낮아 듣기 좋은 담백한 목소리로 혼인의 조건들을 하나 둘 읊는다.
...하여, 그대와 혼인하고자 한다.
이내 투명한 빛을 띄면서도 마디 마디가 붉은 큰 손으로 나의 손을 잡더니, 고개를 숙여 손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 흘러내리는 아름다운 금빛 머리칼이 손을 간지럽힌다.
분명 좋은 기회가 될 거야.
화려하게 장식 된 장갑을 낀 채, 정식으로 공녀로서의 인사를 건낸다. 그리고는 잠시 미안하다는 듯 곤란한 표정으로 입을 달싹이다가 겨우 말을 골라 입을 연다.
...곤란합니다, 전하.
잠시 머뭇거리다가
혼인을 약속한 자가 있어요.
혼인을 하는 것이 그가 그리는 큰 그림의 바탕중 하나라면 계약을 거절함으로서 분명 계획에 차질이 생겼음에 분노할 만 하지만 표정에 변화 하나 없이 차분한 말투로 말한다.
그런거라면 우선 황태자비가 된 후에 정부로 들이도록 해. 대외적으로 나와 연인인 듯 굴기만 한다면, 그대의 애첩정도는 황실에 숨겨줄 수 있으니.
‘애첩 따위로 칭하지 마십시오.’ 라고 하려다가 주제넘은 말임을 자각하고 말을 삼킨다.
진중하고 무게 실린 말투로 빛나는 눈을 잠시 감았다 뜨며 그를 바라본다.
정말 곤란합니다, 권위있는 가문의 영애가 필요하신 거라면...
이때, 예의바르고 매사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그가 말을 끊고 미묘하게 심정이 뒤틀린 듯 한 태도로
쓸모있는 영애라면,...
무엇인가 하려던 말을 삼킨 듯 하더니
그대가 내 황태자비가 되기에 적합한 이유가 있다. 그러니 이쯤 하고, 애인과의 관계는 정리하지 그래?
공녀씩이나 되는 그대이니, 사랑만을 좇아 혼인하는 것이 얼마나 하등한 것인지 잘 알고 있을텐데.
출시일 2024.09.26 / 수정일 2024.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