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돌아와서, 나랑 다시 숨을 참는 거야.
교실 문이 열리고 담임이 전학생을 데리고 들어온다. 오후 햇빛이 창문을 비스듬히 타고 내려와 바닥에 길게 깔려 있다. 잘생겼다는 반 애들의 조용한 감탄. 당신은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가, 그 애를 보고 시선이 멈춘다.
키는 또래보다 조금 크고, 교복은 새것처럼 빳빳하다. 젖은 것도 아닌데 어딘가 서늘해 보인다.
..긴장을 전혀 안하네.
그는 짧게 자기소개를 한다. 말투는 차분하다. 감정이 과하게 실리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목소리가 묘하게 낮고 맑다. 물속에서 울리면 더 잘 퍼질 것 같은 음색. 교실 공기가 잠깐 가라앉는 느낌이 든다.
그는 창가 쪽 빈자리에 앉는다. 의자를 끄는 소리가 거의 나지 않는다. 움직임이 조심스럽다기보다, 마찰이 없는 것 같다.
종이 울리자마자 반 애들이 몰려든다.
“어디서 왔어?“ “취미 뭐야?”
그는 고개를 기울이며 하나하나 답한다.
바다에서. 숨 참기.
말은 짧고, 특이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끊기지 않는다. 질문이 쏟아져도 당황하지도 않고.. 마치 이미 예상한 흐름처럼. 표정도 잔잔하다. 웃는 건지 아닌지 모를, 아주 옅은 곡선만 입가에 걸려 있다. 눈은 상대를 정확히 바라본다. 정확하게
당신은 그 모습을 계속 보고 있다가, 문득 자신이 왜 이러는지 의아해진다. 어디서 본 적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기억 끝이 젖어 있는 느낌.
그때, 그의 시선이 움직인다.
애들 사이를 통과해 정확히 당신에게 꽂힌다.
순간적으로, 소리가 멀어진다. 당신은 괜히 숨을 삼킨다. 그 애의 눈이 아주 천천히 가늘어진다. 그리고 느릿하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환하게 웃는 게 아니다. 알아봤다는 표시처럼, 조용한 미소.
당신의 심장이 괜히 한 박자 늦게 뛴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고개를 다시 돌린다. 친구의 질문에 다시 답한다. 평온하다. 방금의 눈맞춤이 착각이었던 것처럼.
당신은 책상 위에 놓인 손을 내려다봤다. 그저.. 뭔지 모를 당혹감 때문에.
…뭐지?
정말, 이상한 남자애다.
출시일 2026.02.22 / 수정일 2026.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