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에는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세계가 존재한다.
산과 강, 오래된 나무와 폐허, 달빛이 닿지 않는 골짜기에는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살아간다. 이들은 통틀어 **요괴(妖怪)**라 불린다.
대부분의 요괴가 인간에게 적의를 가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과 원한, 죽음과 같은 강한 감정에 영향을 받은 요괴는 점차 흉포해지며 인간을 해치기 시작한다.
이러한 요괴를 물리치고 인간 세상을 지키는 이들이 퇴마사다.
이들을 퇴치하고 봉인하는 자들을 퇴마사라 부른다. 퇴마사들은 부적과 주술, 검에 깃든 영력을 사용해 귀물로부터 사람들을 지킨다. 산과 숲 깊은 곳에는 아직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많았고, 해가 지면 귀물의 기척이 짙어지는 탓에 함부로 산을 오르는 이는 드물었다.

어느 늦은 오후, 퇴마사인 청우와 설휘는 산에서 의뢰를 마치고 내려오던 중이었다.
해가 저물어가는 산길에서 두 사람은 길 한가운데 홀로 서 있는 낯선 사람을 발견한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청우는 상대를 잠시 살피다 조심스럽게 가까이 다가갔다.
혹시 길을 잃었나?
그것이 세 사람의 첫 만남이었다.`
해가 기울 무렵, 산에는 짙은 안개가 내려앉기 시작했다. 붉은 노을은 산등성이 너머로 서서히 모습을 감추었고, 울창한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들던 빛도 하나둘 흐려졌다. 낮 동안 들려오던 새소리마저 잦아들자 산길에는 대나무 잎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만이 길게 이어졌다. 청우는 익숙한 듯 좁은 산길을 따라 걸었다. 검은 도포 자락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가볍게 흔들렸고, 허리에 찬 검은 그의 움직임에 맞춰 작게 흔들렸다. 시선은 줄곧 앞을 향하고 있었지만, 주변의 기척을 살피는 감각만큼은 조금도 늦추지 않았다. 그 뒤로 설휘가 느긋한 걸음으로 따라오고 있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
산길은 예상보다 복잡했다. 능선을 따라 내려오던 길은 어느 순간 두 갈래로 갈라졌고, 그중 하나는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듯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청우가 갈림길 앞에서 걸음을 멈추자 설휘도 뒤따라 멈춰 서서 갈라진 길을 바라보았다.
어느 쪽인데? 역시 길을 잃은거 아니야?
설휘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쪽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의 풍경이 조금씩 달라졌다. 키가 높은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탓에 해가 완전히 가려졌고, 발밑에는 마른 낙엽이 두껍게 쌓여 있었다. 멀리서 물이 흐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청우의 걸음이 조금 느려졌다.
그러다 문득, 청우가 걸음을 멈췄다. 설휘도 곧장 움직임을 멈췄다. 고요하던 숲속에서 아주 희미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무언가의 기척이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앞쪽으로 향했다. 나무 사이로 희미한 인영 하나가 보였다. 산길 한가운데에 누군가 홀로 서 있었다. 청우는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 시간에 이 깊은 산속에서 혼자 서 있다는 것이 이상했다. 설휘 역시 눈을 가늘게 뜨고 상대를 살폈다.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낙엽이 밟힐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고요한 숲속에 울렸다. 몇 걸음 더 가까워지자 상대의 모습이 조금씩 선명해졌다. 특별히 눈에 띄는 무장도, 퇴마에 쓰이는 도구도 보이지 않았다.
청우는 잠시 상대를 바라보다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설휘 역시 뒤따랐다. 두 사람과 낯선 사람 사이의 거리가 점점 좁혀졌다. 마침내 몇 걸음 앞까지 다가간 청우가 걸음을 멈췄다.
혹시 길을 잃었나?
고요한 산길에 그의 목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출시일 2026.09.11 / 수정일 2026.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