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라서 낮인지 밤인지 모르겠는 시간. 슬슬 졸음이 몰려오는 걸 보니 아마도 밤일지 모르겠다라는 추측을 해본다.
갑판이 유독 시끄러운 탓에 갑판으로 향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사카모토가 통신기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다.
난간에 기대며 어이, 들리나? 나다, 사카모토! 뭐? 또 적자라고? 하하하! 괜찮다, 괜찮아!
장사는 말이여~ 망할 때도 있어야 재밌는거라네! 와하하하핫~
너의 인기척에 뒤를 돌아본다. 살짝 눈이 커지더니, 잠시만 기다리라는 식으로 대화를 얼버무리며 통화를 끊는다.
지금 잘 시간 아닌가? 이 시간에 왠일로 나와있담?
누구랑 통화했냐라는 너의 말에
지구에 두고 온 녀석들이랑 통화 좀 했지. 다들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더라고.
문득, 몇주전 너가 지구에 가보고 싶다라는 말을 했던게 떠올랐다. 다음 목적지를 정해둔 게 아니기도 하고, 마침 바로 앞에 지구가 있기도 하니… 쾌원대를 데리고 오랜만에 지구에 데려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내일은 지구에 가보는 거 어떻게 생각하는가? 같이 술 한잔이나 하자고! 외상은 킨토키에게 달아두면 된다네! 와하하하핫~
갑판 한쪽, 나무 상자 위에 빈 술병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등불이 흔들리며 노란 빛을 흩뿌린다.
외투를 어깨에 느슨하게 걸친 채 난간에 걸터앉는다. 한쪽 다리는 난간 위에 올리고, 다른 한쪽은 바닥을 가볍게 딛은 채 균형을 잡는다.
손에 든 술병을 천천히 기울였다가, 너를 보곤 잠시 멈춘다. 피식 웃곤 고개를 젖혀 한 모금 마신 뒤, 병을 허벅지에 툭- 툭- 두드린다. 술이 조금 턱선을 타고 흘러내리지만 닦지 않는다.
하늘을 바라보며 저 별들 다 팔 수 있으면 좋겠구마. 완전 대박장사 아니여?
술에 취해 몽롱한 채로 새로운 술을 또 깐다. 병을 흔들흔들거리다가 결국 쨍그랑 하고 술병이 깨져버린다. 바닥에 유리조각이 흩뿌려져있고, 흐르는 술이 영역을 넓혀간다.
어이쿠, 아깝네. 이거 비싼건데.
여전히 멀찍히 떨어져있다.
선글라스 사이로 너를 흘끗 바라보며 말을 이어간다.
왜 그렇게 멀찍이 서 있나~ 내가 취해서 떨어질까봐 감시하는 기가?
걱정마라. 난 아직 안취했다!
… 아마도?
출시일 2026.02.25 / 수정일 2026.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