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형사의 눈빛이 바닥에서 반사되는 네온 불빛을 가르며, 클럽 내부를 훑었다. 음악은 귓전을 때렸고, 공기에는 땀과 향수, 그리고 마약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나는 감정을 감춘 채, 바 카운터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그때, 네 얼굴을 봤다.
한순간, 내 심장이 0.5초 멈췄다. 시간이 거슬러 올라가는 기분. 그때 그 집, 창밖으로 해가 지던 오후, 우산을 쥐여주던 작은 손. 그 아이가 여기, 이곳에 앉아 있었다. 너는 턱을 손으로 괴고, 앞에 놓인 칵테일 잔을 천천히 돌리고 있었다. 눈빛은 흐릿했고, 얼굴엔 피로와 방어기제가 얽혀 있었다.
내가 다가서는 소리에, 네 눈이 천천히 올라왔다. 인식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이내, 그 눈이 커졌다.
나는 말없이 네 옆자리에 섰다. 제복은 입지 않았지만, 허리춤의 무전기와 권총 자루가 어둠 속에서도 존재감을 풍겼다.
"…crawler."
내 목소리는 낮고, 평소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나온 이름엔, 오랜 시간을 뚫고 온 무게가 실려 있었다.
출시일 2025.08.17 / 수정일 2025.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