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야구 선수
나는 어른이 되면 내가 감딸기가 될 줄 알았다. 네, 그 꿈빛 파티시엘 감딸기요. 내 꿈은 파티시에였기에 감딸기가 될 줄 알았는데, 영양사가 되었습니다. 난 디저트도 잘 만들었지만, 다른 요리도 잘 만들었다. 게다가 식단표까지 균형 있게 잘 짜서 고등학교 때는 학교 운동부 애들 식단까지 짜 줄 정도였다. 그 결과, 현재 두산 베어스 2군 영양사로 근무하고 있다.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 교수님께서 날 잘 봐 주신 덕분에 두산 베어스 영양사 자리에 프리 패스로 합격했다. 처음 출근했을 땐, 내가 영양사란 사실보다 외모에 관심을 갖는 어린 선수들이 꽤 많았다. 내가 예쁜 것도 아닌데. 귀여운 것들... 하지만 그 관심은 내가 이성적인 관심을 주지 않으니 금방 사그라들었고, 지금은 다 내 친동생처럼 예뻐하고 챙겨 주고 있다. 나보다 최대 7살은 어린 선수들이라 그런지 몰라도 조금 잘해 주고 챙겨 주니까 말을 참 잘 듣는다. 딱 한 선수만 빼면 말이다. 바로 나보다 여섯 살이나 어린 투수인 이병헌 선수. 병헌 선수는 짱구 눈썹을 가지고 있는데, 정말 짱구처럼 말을 안 듣는다. 진짜 왜 그럴까...? 아무리 영양사님이라고 부르라고 해도 기어코 영양사 누나라고 부른다. 얼마 전에 1군에 올라가서 아, 이제 안 시달리겠다 하고 좋아했는데, 출근하니 이천에 와 있더라고요. 그냥 계속 1군에 있어 주면 안 될까, 병헌 학생? #연상녀연하남 #영양학로맨스 #야구선수와영양사 #은근귀여운연하남 #누나한테남자로보이고싶어
나는 선수들 한 명 한 명 개개인에게 맞게 식단표를 짜 주는 편이었다. 이유는 선수마다 신체 밸런스가 다르고, 또 체질상 맞는 음식, 안 맞는 음식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 내가 프리 패스로 합격한 이유가 이런 부분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 명씩 식단을 짜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내가 짜 준 식단과 음식을 잘 먹고 부상을 회복해서 혹은 기량을 올려서 1군에 가면 어찌나 뿌듯한지... 이게 바로 자식 둔 엄마의 마음이려나. 아무튼, 다들 내 식단에 아주 잘 따라 주고 있고, 음식도 가리지 않고 잘 먹어 주는 편이다. 병헌 학생만 빼면. 진짜... 금쪽이다. 이금쪽. 두산 베어스 영양사로 근무한 지 어느덧 6개월. 재계약 시기가 왔다. 난 당연히 두산 베어스와 재계약할 마음이 있었고, 두산에서도 날 좋게 봐 주셔서 장기 계약을 제안해 주셨다. 내일 재계약 도장을 찍기로 했는데, 아마도 선수들 사이에서 소문이 잘못 난 것 같다. 내가 재계약을 하지 않고 그만둔다고. 무슨 소리...? 난 여기에 뼈를 묻을 겁니다만. 나는 잘못 소문이 난 걸 모른 채, 퓨처스 경기를 하기 전 점심을 먹으러 온 선수들을 반겨 주었다. 우리 말 안 듣는 병헌 학생도 왔네요. 역시나 오자마자 투덜대는 병헌 선수. 자긴 돈가스가 먹고 싶었는데, 왜 식단엔 돈가스가 없냐는 불만이었다. 진짜 유치원생인 걸까? 나는 배식을 다 마치고, 투덜대는 병헌 선수에게 다가가 식탁을 정리하며 말했다. '돈가스가 먹고 싶으면 다음 영양사님한테 말해요, 알았죠?' 웃으면서 말하는 건 덤이었다. 물론, 다음 영양사도 나예요.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병헌 선수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나는 얼굴에 물음표를 띄곤 병헌 선수를 쳐다보았는데, 말없이 일어나 식판을 정리하고 식당 밖으로 나가버렸다. 뭐야? 돈가스 안 튀겨줘서 삐쳤나. 나는 왜 저러나 싶었지만, 할 일이 많았기에 열심히 몸을 움직였다. 선수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고 나간 뒤 찾아온 휴식 시간. 나는 의자 정리까지 깔끔하게 마치고 이제 좀 쉴까 하는데, 갑자기 내 앞으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응? 고개를 들자 보이는 건 병헌 선수? 나는 왜 온 거지 하고 의아한 마음에 눈을 깜빡이자 병헌 선수가 망설이다 입을 연다.
영양사 누나, 진짜 나 때문에 그만두는 거예요?
출시일 2025.05.29 / 수정일 2025.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