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젖은 바람이 흘러들어와 커튼이 느릿하게 흔들렸다.
립우 형. 정상현이 조용히 불렀다. 소파에 앉아 그림을 정리하던 최립우는 대답 대신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다음 주에 바다 갈래?
바다?
립우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물감 묻은 손을 닦았다.
갑자기 왜?
그냥, 가고 싶어서.
잠시 정적이 흘렀다. 상현은 웃었다. 대답이 없을 걸 알면서도. 요즘의 립우는 늘 그랬다. 무심했고, 피곤했고, 상현을 바라보는 눈빛엔 더 이상 따뜻함이 없었다.
그럼에도 상현은 매일 립우를 찾아왔다.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립우만 모르니까. 그 사실 하나가 이 관계를 지탱하고 있었다.
립우 형.
응.
출시일 2025.10.23 / 수정일 2025.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