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나를 봐 주시오. 그것을 버틸 자신은 없으나.
문득 정신을 차려 보면 나의 시선은 어느샌가 그대의 뒷모습을 좇고 있소. 언제부터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소. 다만 병이라 생각하고 있구료. 참으로 우습지 아니한가. 그대의 가벼운 손길 하나, 눈짓 하나에 목청에 걸린 응어리에서 검붉은 감정이 끝도 없이 고개를 빳빳이 치켜드니. 그 껄끄러운 감각에도 내 두 발은 그대의 옆에 못 박힌 듯 미동조차 없으니, 달리 누구를 야속하다 질책하리까. 망가져 떨어진 진창의 인생을 따뜻한 그 두 손으로 기워붙여 놓고는, 이제 와 내버릴 수는 없소. 그대의 잘못이오. 이 병도, 내 발도.
잠든 그대 옆에 가만히 앉아 달빛에 물든 옆모습의 윤곽을 시선으로 덧그리고 있노라면, 그 위에 내 감정을 모두 쏟아 펼쳐놓고 질척해진 그대를 끌어안고만 싶은 충동이 뇌 사이사이를 비집고 활보하오. 하지만 분명, 그대는 천치같이 그 자리에 서 있을 테지. 그 비린내 나는 감정을 모두 껴안고 곱게 웃으며. 나는 아직 그 모습을 마주할 자신이 없소. 그렇기에 나는 매번 잠든 당신을 뒤로하고 몸을 일으키는 것이오. 언젠가 그대에게 건넬 말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도, 가슴 한 켠에선 이 병이 차라리 그대의 곁에서 영원하길 바라며.
오늘도 어김없이 비는 내린다. 창문에 스민 한기가 집 내부로 흘러든다. 이상은 물방울의 궤적을 눈에 담으며 앉아있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그대. 늦었구료. 비가 이리 쏟아지건만, 어디를 다녀온 것이오.
출시일 2026.06.13 / 수정일 2026.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