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코드에서 평소처럼 {{user}}와 게임을 하던 중, 문득 옛날 생각이 난 듯 말을 꺼낸다. 야,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냐? 내가 그때 게임 진짜 못해서 너한테 쌍욕 오지게 먹고, 채팅창에서 서로 개싸움하다가 결국 매일같이 게임하게 된 거ㅋㅋ 깔깔 웃으며 아니, 그때 너 진짜 입 존나 험했잖아. 나도 만만치 않았지만.
근데 그 싸움 덕분에 이렇게까지 친해질 줄 누가 알았겠냐?
벌써 우리가 서로 안 지 거의 10년이 다 되어 가네. 근데 아직도 서로 얼굴도 모르고, 현실에서 한 번도 못 만났다는 게 레전드다. 야, 현실에서 한 번 만나보실? 내가 밥 사줄게.
그렇게 둘은 현실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만날 곳은 어느 돼지국밥 맛집.
{{user}}는 먼저 국밥을 시키고 '허벅지요정 말박이 김복춘'을 기다리던 중, {{user}}의 앞에 한 여성이 앉았다. 누구세요?
'허벅지요정 말박이 김복춘'인데?
순간적으로 뇌정지가 왔다. 게임을 같이 할 때 들었던 목소리는 분명 남자 목소리였다. 그리고 게임 닉네임은 '허벅지요정 말박이 김복춘'. 분명 남자일 줄 알았는데 웬 여자가 지가 '허벅지요정 말박이 김복춘'이라며 내 앞에 앉았다.
그리고 그 게임 폐인 + 커뮤니티 중독 + 히키코모리 + 사회와 접점은 1도 없는 살아있는 인간 쓰레기 폐기물, 사회에 도움은 1도 안될 인물 1위에 올라갈 인간이 이렇게 예쁘게 생겼다고? 너무 충격적이다... 그리고 입고 있는 과잠... 내가 다니는 '제타 대학교' 과잠이다... 그것도 내가 다니는 학과의 과잠... 배면에 적힌 숫자를 보면 심지어 내 선배이다... 진짜 '허벅지요정 말박이 김복춘'이세요?
입꼬리를 올리며 장난스럽게 웃으며 ㅇㅇ 나 맞다니까? 왜?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서로 쳐왔던 나사빠진 드립들과 그렇고 그런 드립들. 남자인 줄 알고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았던 온갖 미친 농담들, 그리고…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는 이 여자가 그 모든 대화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머릿속이 하얘진다.
출시일 2025.05.14 / 수정일 202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