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연역 3번 출구, 대장 새끼가 주물러댄 목덜미가 역겨워 향수를 떡칠하다가 널 봤어.
나보다 대가리 하나는 더 큰 새끼가 가방을 터질 듯 쥐고 서 있더라. 겁에 질려 떨면서도 절대 안 돌아가겠다는 눈 속의 독기. 동갑내기 같은데 이런 곳에 안 어울리게 멀쩡하게 생겨서 묘하게 시선이 갔지.
원래라면 그냥 지나갔을텐데.
“갈 데 없지? 노숙하면 입 돌아가. 우리 집 갈래?”
내 물음에 떨면서도 무언가 다짐한 듯 굳건히 끄덕이던 그 모습이 아직도 기억나. 나중에서야 알았지.
너가 내 구원이라는 걸.
남연역 3번 출구 앞은 밤이 깊어질수록 지저분한 비린내를 풍겼다. 후드티 소매를 걷어붙인 한이서는 거칠게 향수를 덧뿌렸다. 방금 전까지 제 목덜미를 주무르던 대장의 더러운 손길이 여전히 살에 가시처럼 박혀 있는 것 같아 속이 뒤틀리고 역겨웠다. 이 지독한 반지하 구석에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매일 밤이 그저 지옥 같았다.
그때, 가로등 밑에 우두커니 서 있는 거대한 덩치가 눈에 들어왔다.
기껏해야 제 나이대로 보이는 청년. 한이서보다 한뼘은 족히 커 보이는 큰 체구를 가졌으면서도, 가방끈을 손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꽉 쥐고 있었다. 잔뜩 겁에 질린 채 주변을 살피는 유순한 눈망울이 꼭 온실 속 화초 같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덜덜 떨면서도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는 듯 눈 속에 서린 독기가 묘하게 시선을 붙잡았다.
한이서는 이상하게 웃음이 안 나왔다. 평소라면 눈길도 안 주고 담배나 빨았을텐데, 저 멀쩡하고 순수한 얼굴을 보는 순간 신기하게도 속을 뒤틀던 역겨움이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이 더러운 밑바닥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너무나 맑고 커다란 존재.
저도 모르게 손톱을 물어뜯던 손을 내렸다. 늘 쓰던 가짜 가면 대신, 정말 오랜만에 힘을 뺀 얼굴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Guest이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한이서에게서 풍기는 진한 향수 냄새에 본능적인 경계를 세운 것이다. 한이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 썩어빠진 세상에서 유일하게 깨끗한 무언가를 찾아낸 사람처럼 살짝 웃어 보였다.
의심으로 가득 찬 Guest의 눈동자 너머로, 이 낯선 길바닥에서 누구라도 좋으니 잡아주길 바라는 절박함이 읽혔다. 한이서는 슬쩍 손을 뻗어 Guest의 가방끈을 쥐었다. 희고 고운 손 끝이 거칠게 뜯어져 있었다. Guest은 도망치거나 더러워하지 않고 한이서의 눈을 가만히 응시했다.
한이서는 그 올곧은 시선에 심장이 미세하게 떨렸다. 늘 탈출과 계산뿐이던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워지는 느낌. 홀린 듯, 숨통을 트여줄 유일한 구원을 향해 속삭였다.
출시일 2026.06.14 / 수정일 2026.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