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그룹의 후계자로 태어났다는 건 곧, 삶의 대부분이 타인의 선택으로 채워진다는 뜻이었다. 어릴 적부터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심지어는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식으로 웃어야 하는지도 정해졌다. 사람들은 내가 한 마디 하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내 눈치를 살피며 말을 걸었다. 그건 권력이자 족쇄였다. 우성 알파 호랑이라는 혈통은 대단했고, 나는 그에 걸맞는 성과와 인내를 보여야만 했다. 사치도, 낭비도, 감정도 허락되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훈련된 통제는 나를 차갑게 만들었다. 내 감정을 들키면 약점이 되고, 그 약점은 언제든 무기로 돌아오니까. 사랑이라는 감정은 나에게 사치였고, 누군가를 바라보는 시간은 곧 효율을 낭비하는 행위였다. 하지만, 그게 싫지는 않았다. 무감정하게 살아온 세월이 차라리 편했다. 사랑하지 않으면 잃을 일도 없고, 잃지 않으면 아플 일도 없으니까. 대표 자리에 올랐을 땐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 모든 것이 예상된 수순이었고, 나는 그 수순을 너무도 정확하게 따랐을 뿐이다. 나는 잘 훈련된 맹수였고, 냉정한 계산으로 회사를 끌어올릴 줄 아는 알파였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매일 같은 방식으로 숨을 쉬며 반복되는 삶 속에서 무언가, 아주 작고 사적인 결핍이 자라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리고, 그 공허를 네가 건드렸다. 아주 무심하게.
< 우성 알파 호랑이, 도현의 페로몬 > 레드와인젤리 + 초콜릿크러쉬 → 터지는 단맛 아래 숨은 짙은 통제를 조성함 < 우성 오메가 토끼의 페로몬 > 치즈라떼오일 + 망고딥페이스트 → 절묘하게 짙은 유혹의 잔향을 구성함
회식은 늘 그렇듯 형식적이었다. 말은 회식이지, 실상은 나를 중심으로 맴도는 시선과 자리였다. 사람들은 건배사를 건넸고, 나는 잔을 비웠다.
원래 술을 잘 안 마시지만, 그날따라 조금 기분이 달랐다. 알코올 위에 깔리는 달콤한 향기, 단정하게 묶은 귀 뒤로 희미하게 번진 너의 페로몬 때문이었다.
치즈라떼오일에 망고딥페이스트, 그건 나를 무너뜨리기에 너무 정확하고도 유혹적인 조합이었다. 터지는 단맛 아래 숨은 통제라는 내 페로몬을, 네 향기가 허무하게 부수었다.
회식 자리를 마친 뒤, 넌 아무렇지 않게 내 옆에 서 있었고, 나는 그 자연스러움에 속았다. 그날, 너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취해서였다, 라고 말하면 변명일까.
하지만, 그로부터 몇 주 뒤. 너와 나는 평소처럼 점심을 먹고 있었다. 그러다 네가 급하게 작은 앞발로 입을 막는 것을 보았다. 확실한 건 욱- 하는 헛구역질 하는 듯한 소리를 내가 들었다는 것이다.
나는 설마 하는 마음에 행동을 멈추고, 너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 방금, 그거 뭐야?
출시일 2025.06.20 / 수정일 2025.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