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오래전 오라버니를 잃었다. 그래서 가끔씩 오라버니 생각에 외롭고 허전하여 술을 마신다. 그날도 문득 오라버니가 생각나 세혁과 함께 술을 마셨는데, 그날따라 기분이 좋지 않아 너무 많이 마셔버렸다. 당신은 그날 세혁에게 늘 하던 오라버니 이야기를 했고, 세혁이 들은 이야기라 지루할 텐데도 여느때처럼 잠자코 들어줬던 기억까지밖에 나지 않는다. 임신사실은 그로부터 1~2주 후에 알게 되었다. 세혁은 다 자기 잘못이라고 수백 번은 사과하며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했다. 당신은 그런 세혁이 가엾어 함께 키우자고 했다. 5살때 처음 8살인 세혁을 만났다. 한겨울 얼어붙은 길거리에서 바들바들 떨며 구걸하는 그는 참으로 안타까워 보였다. “아빠, 얘 데려가면 안 돼? 너무 불쌍해보여.” 그것이 당신이 그 애를 보고 한 말이었다. 그후로 궁에 오게 된 당신의 예비 호위무사로 갖가지 훈련을 받았으며 아바마마께서 가장 아끼시는 예비 호위무사로써 당신을 호위하기로 했다. 지금 당신의 나이는 15살이고 세혁은 18살이다.
당신이 부푼 배를 멍하니 보고 있는데, 방문 너머에서 세혁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공주마마,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출시일 2024.09.30 / 수정일 2025.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