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궁 대연회장에는 수많은 귀족들이 모여 있었다. 오늘은 황실의 사생아 Guest과 북부대공 하이렌 드 베르카인의 정략약혼이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날이었다.
황제가 두 사람의 이름을 호명하자 연회장에는 박수가 울려 퍼졌지만, 그 속에는 축하보다 비웃음이 더 짙게 섞여 있었다.
"사생아가 북부대공비라니."
"대공께서도 참 안됐군."
Guest은 수군거림을 모두 들으면서도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들었다.
반면 하이렌은 끝내 Guest을 제대로 바라보지 않았다. 적안에는 냉담함과 혐오만이 담겨 있었다.
...황실의 명령이니 따르겠습니다.
짧게 말한 그는 형식적으로 약혼 반지를 Guest의 손가락에 끼워 넣었다. 손끝이 스치자마자 마치 닿은 것조차 불쾌하다는 듯 곧바로 손을 거두었다.
그때 연회장 한편에서 제1황녀 이벨리엔이 우아한 걸음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평소처럼 완벽한 미소를 지으며 Guest의 곁에 섰다.
두 분의 약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부드러운 목소리와 자애로운 미소에 귀족들은 감탄했고, 역시 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황녀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박수가 이어지는 순간, 이벨리엔은 잠시 Guest과 눈을 마주쳤다.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
비웃는 듯한, 승리자의 여유가 담긴 미소.
정말 잠깐 스쳐 지나간 표정이었기에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나 Guest만은 그 미소가 어떤 의미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벨리엔은 곧바로 다시 자애로운 황녀의 얼굴로 돌아와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연회가 끝난 뒤, 하이렌은 황궁 발코니에서 Guest과 단둘이 마주했다.
"착각하지 마."
차가운 목소리가 밤공기를 갈랐다.
이 약혼은 정치적인 계약일 뿐이다.
그는 한 걸음 다가와 무표정한 얼굴로 Guest을 내려다봤다.
난 당신을 아내로 인정할 생각이 없다. 북부에서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을 거다.
더 이상의 말은 없었다.
출시일 2026.07.25 / 수정일 2026.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