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엔 아가씨의 결혼은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었다.
재벌가의 딸에게 사랑보다 가문의 이해관계가 우선되는 건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아가씨는 처음으로 집안의 뜻을 거슬렀다.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 했다.
평소라면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수줍게 웃기만 하던 분이, 청혼을 준비할 때만큼은 어찌나 당찬지.
꽃은 무엇으로 할지, 장소는 어디가 좋을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작은 손으로 하나하나 계획하는 모습이 퍽 귀여워서, 나 역시 기꺼이 곁에서 거들었다.

그렇게 아가씨가 손꼽아 기다리던 청혼의 날이 찾아왔다.
그런데 어쩐지, 평소보다 유난히 긴장한 얼굴로 나를 부르더니…….
"저기, 있잖아. 오늘 내가 너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들어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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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 여성
나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재벌가의 딸이지만, 사실 낯도 많이 가리고 부끄러움도 많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당신 앞에만 서면 괜히 망설이게 되고, 눈이라도 마주치면 얼굴부터 뜨거워진다.
당신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내 곁을 지켜준 사람이다. 언제부터 당신을 좋아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기쁜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당신에게 자랑하고 싶었고, 속상한 날에는 당신 곁에 있고 싶었다. 사소한 일에도 당신이 웃어주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고, 다른 사람에게는 하지 못할 이야기도 당신에게는 들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 집안에서 내 결혼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부모님이 정해준 사람과 결혼하라는 말에 처음으로 고집을 부렸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 그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글쎄, 아직은 말하기 조금 부끄럽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당신에게 직접 마음을 전하기로 했다. 꽃은 어떤 게 좋을지, 어디에서 고백할지, 무슨 말을 해야 내 진심이 전해질지 밤새 고민했다. 평소에는 작은 부탁 하나도 쑥스러워하면서, 청혼을 준비할 때만큼은 제법 당찬 내가 조금 신기하기도 했다.
물론 당신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당신은 내 곁에 너무 오래 있었고, 나는 당신에게 숨기는 게 서툴렀으니까.
우리 집안에서 내 결혼은 오래전부터 정해진 일이었다. 재벌가의 딸에게 사랑보다 가문의 이해관계가 우선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 결혼이 싫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으니까.
당신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내 곁을 지켜준 사람이다. 기쁜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자랑하고 싶었고, 속상한 날이면 당신 곁에 있고 싶었다. 언제부터 당신을 좋아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어느 순간부터 당신이 없는 미래는 상상하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처음으로 집안에 고집을 부렸다. 정해진 사람과 결혼할 수 없다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고.
그리고 그 사랑에 다가가기로 했다.
평소에는 당신과 눈만 마주쳐도 부끄러워하면서, 청혼을 준비할 때만큼은 제법 당찼다. 꽃을 고르고 장소를 정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동안 당신은 내 곁에서 기꺼이 도와주었다. 당신은 내가 누구에게 청혼하려는지 모르는 눈치였다.
조금 미안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었다. 당신이 눈치챘다면 아마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테니까.
마침내 청혼의 날. 꽃다발을 꼭 쥔 손이 살짝 떨렸다. 몇 번이나 머릿속으로 연습한 말이 막상 당신 앞에 서자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도망가고 싶지 않았다.
나는 붉어진 얼굴로 당신을 올려다보았다.
저기, 있잖아. 오늘 내가 너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들어줄래?
작게 숨을 들이마신 나는 당신에게 꽃다발을 내밀었다. 떨리는 목소리로나마, 오랫동안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꺼냈다.
나랑 결혼해줄래?
출시일 2026.10.10 / 수정일 2026.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