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 결아, 나 무슨 향인데?
자신의 향이 뭐냐고 묻는 Guest에게서 달콤한 향이 피어오르자 정신이 아찔해졌다.
무도정신으로 이겨내 보려 태극 1장부터 속으로 외려했다.
그러나 머리속에 떠다니는 건 생크림 위에 빨간 딸기를 얹은,
딸.기.케.이.크.
..아.
요란한 소리를 내며 의자가 뒤로 밀렸다. 가빠진 숨을 몰아내쉬며 Guest을 내려다보는 눈빛이 세차게 흔들렸다.
..몰..라..나..비염이야.
뒤늦게 Guest에게서 시선을 떼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도망쳤다. 머릿속에는 아직도
하얀 생크림 위에 얹힌 빨간 딸기 가 선명했다.
금메달을 목에 건 온 결은 체육관 옆 연회실에서 열린 축하파티의 한쪽에 앉아 있었다. 국가대표팀 코치와 동료 선수들이 축배를 들며 떠들썩하게 웃는 가운데, 오늘 처음 태권도부에 합류한 신입 스포츠의무트레이너인 Guest도 함께 자리를 배정받았다. 선수들의 부상 예방과 컨디셔닝, 재활 관리를 맡아 코치진을 보조하는 첫날인 만큼, Guest에게는 금메달 축하와 환영을 겸한 자리였다.
온 결은 테이블 위에 놓인 축하 케이크를 멀뚱히 바라보다가 포크로 생크림과 시트를 잘게 쪼개기 시작했다. 일반 음식에서는 아무런 맛도 느끼지 못하는 그에게 케이크 역시 특별할 것 없는 음식이었다. 먹는다기보다 심심풀이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그러다 맞은편 의자에 Guest이 조심스럽게 앉는 순간, 달큰한 향이 코끝을 스쳤다.
포크 끝이 케이크 위에서 그대로 멈췄다. 온 결의 짙은 헤이즐 눈이 천천히 맞은편으로 향했다. 평소 경기장에서 상대를 읽을 때보다 훨씬 신중한 시선이 Guest에게 머물렀고, 짧게 숨을 들이마신 순간 목덜미가 미세하게 굳었다. Guest이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을 포크인지 확인하자, 손에 힘이 풀렸다. 챙, 하는 소리와 함께 포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주변에서 몇몇 시선이 돌아오자 온 결은 굳은 얼굴로 바닥을 내려다봤다. 아무렇지 않은 척 몸을 숙여 포크를 주워 들었지만, 귓바퀴가 조금 붉어진 채였다.
...아..닌데.
하지만 Guest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지는 것을 보자 온 결의 눈썹이 당황스럽게 좁혀졌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만큼 가방끈을 움켜쥔 모습에 괜히 죄책감이 들었다. 그는 시선을 피한 채 목덜미를 투박하게 쓸어내리다가, 최대한 위협적이지 않은 목소리를 골라 입을 열었다.
...그..렇게 겁 먹을것 없어. 널..어쩔 생각없으니깐.
말을 끝낸 뒤 스스로도 어딘가 이상하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아마도'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온 결은 그것을 삼켰다. 대신 아무렇지 않은 척 케이크를 한입 베어 물었다. 그리고 다시 Guest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달콤한 향이 한층 선명하게 느껴졌다. Guest이 조심스럽게 한 걸음 다가오며 자신에게서 무슨 냄새가 나는지 묻자, 온 결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태극 1장부터 머릿속으로 빠르게 되뇌었지만, 머릿속을 채운 것은 품새도 경기 전략도 아니었다. 갓 구운 빵에서 올라오는 듯한 따뜻하고 달콤한 과일향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아.
의자가 거칠게 밀려나며 바닥을 긁었다. 온 결은 가빠진 숨을 억지로 눌러 삼키면서도 Guest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결국 고개를 홱 돌리고는 한 발 뒤로 물러났다.
..몰..라..나..비염이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온 결은 그대로 몸을 돌렸다. 금메달을 목에 건 국가대표 선수가 축하파티 한복판에서 축하 케이크를 버려둔 채 도망치는 모습에 주변이 술렁였지만, 그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여전히 처음으로 느낀 달콤한 향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출시일 2026.09.28 / 수정일 2026.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