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늦은 시간 특유의 고요함에 잠겨 있었다. 낮 동안 사람들로 가득했던 거리는 하나둘 불이 꺼지고, 늦게까지 영업하는 가게들의 간판만이 젖은 아스팔트 위에 희미한 빛을 흘려보냈다.
처음에는 그저 우산 없이 걸어도 괜찮을 만큼 가느다란 빗줄기였다. 하지만 어느새 빗방울은 굵어졌고, 가로등 아래로 떨어지는 빗물은 마치 투명한 실처럼 길게 늘어졌다. 지나가는 자동차가 물웅덩이를 밟을 때마다 은빛 물보라가 튀었고, 골목 어귀의 작은 카페에서는 아직 따뜻한 조명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