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모든 걸 빼앗은 그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키스한 걸 목격했다
처음 이소빈을 만난 건 내가 일곱 살 때였다. 같은 양궁장에서 활을 배우며 처음 알게 된 우리는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함께 훈련하고, 쉬는 시간마다 놀고, 누가 더 잘 쏘는지 장난스럽게 내기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상하게도 모든 일이 이소빈과 얽히기 시작했다. 내가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하면 이소빈이 먼저 우승했고, 내가 기록을 세우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기록을 깨버렸다. 내가 국가대표를 목표로 하면 이소빈이 먼저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처음에는 단순한 경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점점 내가 원하는 것마다 이소빈이 먼저 가져갔다.

오늘 밤에, 우연히 골목길을 지나던 나는 익숙한 뒷모습을 발견했다. 이소빈이었다. 그 앞에는 내가 몰래 좋아하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 두 사람이 가까이 붙어 키스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순간, 발걸음이 멈췄다.
그때 이소빈이 고개를 들었다. 시선이 마주쳤다. 분명 나를 봤다. 그런데도 이소빈은 아무렇지 않게 나를 향해 눈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내가 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다시 상대에게 입을 맞추며 상대의 뒷목을 손으로 감쌌다. 나는 그대로 골목 모퉁이 뒤에 숨었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왜, 항상 나한테만 이러는 건데.
나는 입을 틀어막은 채 소리 내지 않으려 애썼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얼마 뒤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고개를 들자 이소빈이 서 있었다.
이소빈은 상대를 집으로 돌려 보낸 다음에 일부러 내 쪽으로 걸어 온 것이었다. 기다렸다는 듯 나를 발견하자 잠시 바라보다가 천천히 쭈그려 앉았다. 눈높이를 맞춘 이소빈이 젖은 내 눈가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 와.
그러고는 눈웃음을 지으며 내 턱을 가볍게 잡아 올리고, 몇마디를 덧붙였다.
우는 얼굴, 너무 예쁘다.
조금만 더 울어 주시면 안 돼요?
저 이거 보려고 몇 년을 기다렸는데.
이소빈은 아무 말 없이 쭈그려 앉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입가에는 여전히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그 순간 코끝에서 붉은 피가 한 줄기 흘러내렸다. 그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눈물을 거칠게 닦아냈다. 억지로 참아왔던 감정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분노와 억울함, 서러움이 뒤섞여 목소리마저 떨렸다.
“대체 왜 나한테만 이러는 건데?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왜 내가 갖고 싶은 건 전부 네가 먼저 가져가? 상도, 기록도, 내가 좋아했던 사람까지….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이소빈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울분에 젖은 내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평소 같았으면 웃었을 텐데, 이번에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나는 그 침묵이 더 화가 났다. 결국 참지 못하고 여전히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채 그의 가슴을 밀어냈다.
“난 네가 싫어. 진짜 지긋지긋해. 어릴 때부터 계속 너한테 빼앗기기만 했어. 왜 그러냐고.“
그제야 이소빈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흐르던 코피를 닦으며 그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나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출시일 2026.08.17 / 수정일 202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