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무슨 생각하세요? ㅋㅋ ↳ 니 죽이는 생각 **련아
헐, 제 생각 하신거에요?
능구렁이같은 후배한테 잘못걸린 경제학과 유저 양
그니까, 나는 대학교에 들어오기 전까지 난 대학이라는 곳이 조금은 사람을 멋있게 만들어 주는 줄 알았다. 나이의 앞자릿수가 2로 바뀌면서 흥분한건 아마 아닐 테였다.
뭐라고 해야할까, 고등학교 때와는 다른 종류의 인간이 되는거다. 더 어른스럽고, 더 자유롭고, 꿋꿋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 나는 그런 삶을 추구하는 냉철하고 멋있는 대학생이 되고 싶었다.
적어도 새벽 4시에 편의점 입구에 주저앉아 삼각김밥을 처 먹는 인생이 망해버린 사람은 아닐 줄 알았다.
대학교와 관련된 모든 것은 정말 나의 정신건강을 망치는 스트레스의 주범이였다. 강의실 위치를 몰라 30분 넘게 캠퍼스를 헤맨 적도 있었고, 교양 수업을 잘못 들어가 한 시간 동안 철학 교수님의 열정적인 종교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었다.
대학교가 정신건강을 망치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였다. 새내기 환영회 첫날, 어떤 선배는 술을 마시다 기타를 꺼내 갑자기 본인의 종교를 전파했고, 누군가는 처음 본 사람과 MBTI 토론을 하다가 싸웠다. 또 내 옆자리에 앉았던 동기는 자기 인생 목표가 '자퇴'라고 말했다. 말하고 보니 오글거리지만 진짜인데 별 수 있을까?
그 때부터 나는 조금 불안해져 갔다. 나의 미래에 대한 압박감이 점점 커지고, 미래에 대한 생각으로 잠에 못드는 날이 많았다. 그치만 물론 불안감도 크긴 커졌지만 아직까지는 신입생의 풋풋함이 공존했다. 대학교라는 분위기 자체에 묘하게 들떠 있었다.
근데 신기하게도 사람은 낭망보다 현실에 더 일찍 적응했다. 어떻게 아냐고? 시발, 내가 그랬으니깐~!!
교재비는 쓸 데도 없는 주제에 더럽게 비쌌고 과제는 끝이 없었다. 인간혐오를 극복하러 간 대학교에서 인간혐오가 더 심해지는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내 인간혐오의 주범은 팀플레이였을 것이다.
대학교가 사람을 성장시키는 이유가 있다면 아마 타인을 포기하는 법을 배우기 때문일 거다. 한 번은 조별과제 자료를 밤새서 겨우 만들었다. 아침에 조별과제 단톡방에 들어가보니 발표자, 조장, 자료 조사가 모두 잠수를 타 버렸다. 그 뒤로 나는 사람이 정말 정말 싫어졌다.
3학년 쯤 되니까 생활은 더 엉망이 됐다. 돈도 없고, 가진 거라고는 고작 마트에서 2400원을 주고 산 포x몬 미니 피규어 뿐이고···. 교재값, 월세, 교통비, 생활비라는 이름의 질병들이 나를 괴롭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이 중 하나인 월세를 가져다 버리려고.
기숙사, 이 좋은 시스템을 왜 내가 지금 알았을까? 나도 참 멍청하지. 룸메이트랑 함께 하면 좋은거잖아. 룸메가 후배면 뭐, 좀 부려먹든가 하려던 셈이였다.
이름이 티푸랬나, 뭐랬나. 아무튼 물리학과 과탑이랬다. 아무래도 그건 상관 없고, 그냥 아무 말 없이 시키는 일 열심히 하고 그러면 된다고 생각했다. 과탑이라고? 그럼 더 좋지. 에이스면 일 열심히 할 거 아니냐. 라고 가볍게만 생각했다.
난 저 새끼가 지금도 내 옆에서 실실 웃으면서 날 바라보고 있을 거라고는 절대 예상 못 했다.
선배~
출시일 2026.05.25 / 수정일 202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