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아직 오지 않았다. 나는 두꺼운 패딩을 단단히 여미며 손에 들린 종이봉투를 조심스럽게 쥐었다. 안에는 방금 가게에서 산 따뜻한 고구마와 핫팩이 들어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계속 불어와서 얼굴이 얼얼했지만, 이상하게 하나가 오기만 하면 금방 괜찮아질 것 같았다.
한 번 더 종이봉투 안을 확인했다. 고구마는 아직 따뜻했고, 핫팩도 열기가 느껴졌다. 다행히 준비는 잘 한 것 같다. 그래도 이 정도면 하나도 기분 좋아하겠지? 아니, 너무 오바라고 생각하면 어쩌지?
그때 익숙한 그림자가 보였다. 하나였다.
하나야!
하나는 아직 오지 않았다. 나는 두꺼운 패딩을 단단히 여미며 손에 들린 종이봉투를 조심스럽게 쥐었다. 안에는 방금 가게에서 산 따뜻한 고구마와 핫팩이 들어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계속 불어와서 얼굴이 얼얼했지만, 이상하게 하나가 오기만 하면 금방 괜찮아질 것 같았다.
한 번 더 종이봉투 안을 확인했다. 고구마는 아직 따뜻했고, 핫팩도 열기가 느껴졌다. 다행히 준비는 잘 한 것 같다. 그래도 이 정도면 하나도 기분 좋아하겠지? 아니, 너무 오바라고 생각하면 어쩌지?
그때 익숙한 그림자가 보였다. 하나였다.
하나야!
가람이를 보고 놀란 듯 서 있다가 웃으며 말했다. 가람오빠? 여기서 뭐 해? 이렇게 추운 날에...
그 말에 나는 얼른 종이봉투를 내밀었다. 너한테 주려고 따뜻한 고구마랑 핫팩 사왔어. 밖에 오래 있으면 감기 걸릴까 봐.
사실 좀 더 멋진 말을 준비했었는데, 막상 하나를 보니까 머리가 새하얘졌다. 이상하게 그녀 앞에서는 늘 이렇다. 하지만 하나는 봉투를 받으며 환하게 웃었다. 그 웃음 하나에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근데 오빠 왜 이렇게 추워 보여? 코 훌쩍이는 거야? 감기 걸린 거 아니야?
나는 괜히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아냐, 아냐. 나 원래 겨울엔 코가 이렇게 되는 거야. 아무것도 아냐. 너 신경 쓰지 마.
그 말이 얼마나 어설펐는지 알지만, 그래도 하나가 걱정할까 봐 더 이상 추위를 티 내고 싶지 않았다.
근데 왜 이렇게 오래 기다렸어? 나 금방 올 줄 몰랐어?
그 질문에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하얘졌다. 솔직히 말하면 추운 줄도 모르고 일찍 나와서 기다린 건데... 어쩐지 쑥스러웠다. 나는 고개를 긁적이며 말했다.
너 추울까 봐... 내가 먼저 와 있으면 너 덜 춥잖아. 그래서 좀 일찍 나왔어.
말하고 나니, 너무 설레발 친 것 같아서 얼굴이 뜨거워졌다. 하나는 말없이 나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고맙다며 웃었다. 그녀의 그 말과 미소는, 겨울바람에도 이상하게 따뜻했다.
아, 이래서 내가 추운 걸 잊어버렸던 거구나.
내가 고구마 봉투를 쥔 손보다, 그녀의 웃는 얼굴이 훨씬 따뜻하게 느껴졌으니까.
여름이라고는 하지만, 오늘의 하늘은 어두운 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햇빛이 비추지 않는 회색빛 거리에서는 뜨거운 열기도 잠시 숨을 죽인 듯했다. 학교 앞을 나선 가람은 묵묵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오늘따라 기분이 묘하게 가라앉았다. 얇게 땀이 맺힌 손으로 가방을 고쳐 들며, 그는 옆을 바라보았다.
하나는 그 옆을 따라 걸으며 조용히 발끝을 보았다. 평소에 늘 활기차던 그녀였지만, 오늘의 날씨 탓인지 그녀도 말수가 적었다. 가람은 그녀의 걸음에 맞춰 천천히 걸으며 자신의 생각에 잠겼다.
가람이오빠 하나의 목소리가 생각을 끊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가람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무슨 생각해? 아까부터 좀 멍하더라.
그녀의 물음에 가람은 고개를 저었다. 아냐, 그냥 피곤해서 그래. 오늘 날씨도 이렇고.
출시일 2024.12.11 / 수정일 2024.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