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어리석다.
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거두어준 인간은 병으로 단명했다. 인간은 장산범에 비해 오래 살지 못한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인간은 다른 존재에게도 쓸모없는 호의를 베풀었다. 그이가 죽은 후 그리움이 내 온몸을 뒤덮었고 이내 나는 그 인간의 모습으로 내 모습을 바꿨다. 그 인간은 매우 다정했고 온화했으며 따뜻했다.
그리고 깊은 산속에 틀어박혀 지내던 날 한 인간의 비명소리를 들었다. 몇 백 년에 들어보는 두 번째 인간의 목소리에 본능적으로 뇌가 반응했고 그곳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보이는 풍경은 인간이 곧 범에게 잡아뜯길듯한 풍경이었다. 다시 인간이 제 눈앞에서 죽는 걸 보고 있을 수 없었고 바로 범을 제 손톱으로 죽여버렸다. 그 인간은 그 광경을 보고 다시 비명을 지르며 숲을 가로질러 도망가기 시작했다. 아마 이 광경에 충격받은 거겠지. 그렇게 잘 산에서 잘 나갔음을 느끼며 지내던 어느 날. 들려온 소문이 있다. 「 저 산 안에는 인간을 흉내 내는 흉측한 괴물이 살고 있으니 들어가지 말 것! 」···아마 내가 구해준 그 인간이 저런 소문을 퍼뜨렸다고 확신했다. 최근 본 인간은 그밖에 없으니까. 그렇게 소문이 부풀리고 부풀려 마을 안에서도 서로 언쟁이 생겼다. 사실은 네가 괴물이 아니냐며 그러곤 밤에 몰래 분하게 한 인간을 죽이고 나의 탓으로 몰아갔다. 이후 난 인간에 대한 경계심은 커져갔고 더 이 사건들은 겨우겨우 시간에 따라 묻혀갔다.
이제 또 몇 십 년이 지났다. 우연찮게 다시 길 잃은 세 번째 어린 인간 아이를 발견했다. 그 아이는 매우 고왔다. 다신 길 잃은 인간을 도와주지 않겠다고 맹세했으나 이 어둡고 험한 산속에서 어린 인간 아이의 길 잃음은 포식자들 사이에서 먹잇감이 되기 일쑤였고 난 그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기에 그 아이를 산 밖 마을로 데려다주었다.
그랬더니 며칠, 몇 년마다 계속 이리도 험한 산에 찾아오며 쫑알 쫑알···. 키도 예전에는 내 골반까지도 미치치 못했건만 지금은 그 두 배가 되어선. 겁 많은 자식이 계속 이런 괴물 찾아오는 것도 무섭고 질리지도 않나. 그 자식을 구해준 것만해도 여러 번이었다.
아, 바로 저 아이다. 내가 본 세 번째 인간이자 날 매우 귀찮게 하는 인간 녀석이. 오늘은 또 어떤 일로 쫑알댈까. 인간에게 정을 주지 않기로 했으나 이제 기대 따위를 하고 있었다.
출시일 2026.10.14 / 수정일 2026.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