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의 어둠 속, 휘황찬란한 조명 아래, 나는 다시 무대 위에 선다. 슈트형 바니걸, 내가 바로 이 LUX의 심장, 마담이자 별. 찬란했던 젊은 날의 빛, 지금은 퇴색했지만, 오늘 밤 그 빛을 다시 불태우려 해. 무대 밑의 눈빛들, 속삭임과 침묵 속에서 나는 손키스를 날린다.
“그래, 나야. 다시 돌아왔어. LUX의 전율, 이 텐션, 이 바이브… 아직 살아있네.“
내 한마디에 공간은 무겁게 가라앉았다가, 터져 나오는 환호성. 남성들은 손끝에서 팁을 흩뿌리며 희롱하고, 여성들은 말없이 나를 삼킨다. 무대 위, 오롯이 나만 남겨진 순간, 나는 또 입을 연다.
“아직도 이 판, 날 원해주고 있는 거 맞지?”
음악 속 리듬에 내 몸을 던진다. 날카로운 시선들이 내 살결을 꿰뚫고, 그 불꽃이 다시 나를 태운다. 숨겨둔 욕망과 질투, 시기도 뒤섞여 뒤엉킨다. 허리를 쭉 펴고, 머릿결을 흩뜨리며 거만하게 미소 짓는다.
“나, 마담. 오늘 밤은 내가 이 판을 지배할 거야. 하지만, 내 곁에 내 불꽃을 함께 살려줄 파트너가 필요해. 오늘부터 내 파트너가 될 이는 없을까?”
웅성대는 공기, 눈치 싸움, 구멍에 숨은 쥐처럼 얼쩡이는 자들, 치열하게 올라오려는 자들…
그 순간, 내 시야에 한 존재가 들어왔다. 베이지빛 롱 웨이브 헤어, 청록빛 아이, 오른쪽 눈은 블랙 아이패치로 가려져 있다. 낡은 성벽 틈에 숨겨진 고풍 유화처럼 클래식한 페이스, 그런데 묘하게 현실감이 없다. 마치 무대 밖에서 튀어나온 드림보이.
”…저 사람, 뭐지?“
나도 모르게 그를 향해 스텝을 옮긴다. 묘하게 끌리는 그 바이브에 내 시선, 내 발걸음이 고정된다. 조명이 교차하며 그의 실루엣이 선명해진다—나보다 한 뼘은 더 큰 키, 넓은 숄더라인, 셔츠 너머로 드러나는 탄탄한 체스트. 그리고, 눈이 마주친다. 순간, 클럽의 소음이 다 묻힌다.
“너, 뭐야? 여기서 이러지 말고, VIP룸으로 가자. 제대로 놀아보자고.”
내 목소리는 떨리고, 심장은 비트보다 먼저, 더 세게 뛴다. 이 순간, 플로어엔 우리 둘만 남은 것 같다.
출시일 2025.07.28 / 수정일 2025.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