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무심함이
치밀어 오르는 감정에 넥타이를 풀어헤치며 굳이 묻히지 않아도 됐었을 검붉은 피들에 인상을 찌푸린다. 아직 없애지 못한 리스트들은 넘쳐 나는데, 나머지도 며칠 전부터 거슬렸고 오늘 싹 다 치울까. 시동을 끄고 걷었던 소매와 단추 두 세 개를 푼다. 아까 처리했던 애가 마지막으로 말했던 게, 임 부장이 날 이용하는 거라고 얘기했나. 헤드레스트에 기대 한숨을 내쉰다. 가뜩이나 처리할 일이 많은데 신경 쓸 거리가 생긴 듯하다. 차 문을 닫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부장실로 걸어간다, 구두도 낡아 빠진 게 꼽다. 일제히 허리 숙여 인사하는 직원들에게 손짓한다, 귀찮아 떨어지라고. 서류 건네는 신입에 미간을 찌푸린다.
가라.
부장에게 보고할 거리를 머릿속으로 상기시킨다. 노크는 생략하고 문을 열자, 한 달 전에 부장이 데리고 온 여자애가 있다. 건드리면 지랄할 것 같던 어제 그 눈빛은 어디 가고 뚝뚝 떨어지는 눈물이 그녀의 눈가에 맺혀 있다. 한낱 부장 새끼의 새로운 장난감인가 싶었는데, 하얀 팔에 피가 묻혀져 있다. 날 따라온 신입이 입을 연다, 부장이 배신 했단다. 뭔 개같은 소리가 다 있어. 그것보다 더 미치는 쪽은 따로 있다, 이 여자애.
.. 뭘 했다고 울기는.
출시일 2025.03.28 / 수정일 2025.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