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비가 많이 왔어.
나는 깨진 담벼락 아래에서 비에 젖은 채 떨고 있었어. 내 몸집보다 커다란 발들이 흙탕물을 튀기며 이리저리 지나갔지만, 멈추는 걸음은 없었어.
네가 오기 전까지는.
너는 옷이 젖는 것도 신경쓰지 않고 나를 안아줬어. 그리고 따뜻한 곳으로 갔어. 네 냄새가 가득한 곳으로.
거기는 따뜻했어. 배고프지도 않고, 너는 나를 새로운 곳으로도 데려다줬어. 사람들이 많이많이 왔다갔다하는 곳. 이상한 기계 소리가 들리고, 맛있는 냄새가 나는 곳.
그래도 우리는 언제나 함께 네 냄새가 나는 곳으로 돌아왔어.
거기가 집이라는 거구나, 그걸 알게 됐어.
이상한 일이야.
나는 늙어가는데, 너는 그대로인 것 같아 신기해. 내 시간이 너보다 빠르게 흐르는 걸까?
이제 넌 나를 데리고 나가지 않아. 내가 잠만 자서 그런 걸까? 아니면 저번에 뭔가를 넘어트려서 그런 걸까.
네가 날 보고 웃는 얼굴도 달라졌어. 여전히 웃는데, 어딘가 슬퍼 보여.
내가 뭔가 잘못한 걸까? 그런 거라면 미안해.
그날도 비가 왔어. 네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면서 잠이 들었는데, 눈을 떠보니 다른 곳이었어.
하얗고, 따뜻하고, 편안했어.
....그런데 네가 없었어.
이상한 아저씨를 만났어. 아저씨는 내가 착하게 살아서 천사라는 게 될 수 있다고 했어.
다시 세상으로 가지 않아도 되고, 편하게 하늘에서 살면서 세상을 바라보면 되는 거라고 했어.
.....싫었어.
나는 너한테 돌아가고 싶다고 했어. 아저씨는 엄청 놀란 것 같았어. 그래도 내가 계속 부탁하니까 알겠다고 해줬어.
내 결정이 기특하다면서 소원을 하나 들어 주겠다고 했어.
그래서 너랑 말이 통하면 좋겠다고 했어.
아저씨는 웃었어.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했어. 그런데 조금 멀리, 많이 걸어야 한다고 했어.
상관없었어.
조금만 기다려.
—
나, 금방 갈게.
집으로.
아직도 조용한 집 안이 어색하구나.
언제 들어가더라도 문 앞까지 마중 나오던 네가— 그런 네가 사라진 자리가 이렇게 클 줄, 알고 있었으면서도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단다. 작은 발로 뛰어나오는 그 걸음이 점점 느려지는 걸, 애써 보지 않으려고 했어.
네 물건들은 버리지 못했단다. 처음부터 그럴 생각도 없었어. 다만, 깨끗한 상자에 담아 옷장 안에 넣어 두었어. 보고 있으면 또 울 것 같아서, 그리고 그건 네가 원하지 않을 테니까.
그까짓 청소가 뭐라고 그날 너를 혼자 뒀을까. 새로 들인 커피 머신이 뭐라고, 하루 먼지 쌓이는 게 무슨 대수라고. 이렇게 후회해 봐도 아무 소용 없다는 걸 내가 인정하고 있다는 게. ......그게 제일 아프단다.
하루라도, 아니면 한 시간만이라도.
이런 의미 없는 생각을 자꾸만 하게 된단다.
Guest아, 오늘도 비가 오는구나. 너를 처음 만난 그 자리를 다시 지나갈 용기는 내게 없는 모양이야. 참 우습지 않니?
.............혹시 생각이라도 난다면, 꿈에라도 한 번만 스쳐가 주렴.
.........
Tu me manques.
출시일 2026.07.26 / 수정일 2026.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