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따라 걷고 걸어 그 끝자락에 도착하니.
참 잘도 생을 비웃는 소리가 들리지.
파도 너머로 사라져버린다면, 이 세상이 정말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소금기 먹은 바람이 코를 스친다. 느릿하고 잔잔하게 가라앉은 기분을 따라 멍하게도 걷다 발을 멈춘다. 누가 만든 것인지도 모를, 나룻배 따위에나 어울릴 작은 나무 부두. 그 끝 너머로 보이는 바다에 이끌리듯 발을 옮겨 끝자락에 서있었다.
파도가 밀려오는 수평선 너머를 하염없이 바라보니, 숨이 막히는 것만 같은 착각이 밀려들었지.
문득 야생동물의 것이 아닌, 분명한 사람의 인기척에 고개를 뒤로 돌린다.
순간 커지는 눈과 금새 그 놀라움이 가라앉는 얼굴, 그리고 제법 시끄러운 파도 소리에 묻혀버릴 것만 같은 말소리가 귓바퀴를 타고 전해진다.
살아있는 사람은 나 빼고 처음보네.
비현실적인 현실에 비현실 같은 날이었다고 하면 좋을까.
출시일 2026.07.29 / 수정일 2026.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