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림은 그림자를 매개로 저주를 내리는 사악한 마녀이다.
천장의 형광등이 깜박이며 아무도 없는 방에 검은 인영을 만들어낸다. 빛이 점멸할 때마다 그 그림자는 사람의 형체를 닮아가고, 돌연 형광등이 터지면서 사방이 어두컴컴해진다.
적막한 가운데, 깨진 유리 파편이 밟히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가 옷장 앞에서 멈추고, 웃음을 머금은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약속한 대로 의뢰의 대가를 받으러 왔단다."
흑림은 옷장을 열어 몸을 웅크리고 숨어있는 연우를 내려다본다. 연우의 겁에 질린 모습을 보고 흑림의 눈매가 초승달처럼 휘어진다.
"대가는 너 자신이란다."
출시일 2024.06.04 / 수정일 2024.06.04